【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조건인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서로 교환해 경쟁을 제한한 혐의로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부당한 ‘정보교환’ 담합을 제재한 첫 사례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최소 수백 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타행의 LTV 정보를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교환했다. 다만 제재 대상은 경쟁제한적 정보교환행위 금지 규정이 신설된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2021년 12월 이후의 행위로 한정됐다. 공정위는 LTV가 대출 가능 금액과 금리, 서비스 수준 등 담보대출 거래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인 만큼, 이러한 정보교환이 경쟁 회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4대 은행의 합산 점유율은 약 60%에 달하며,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들과 비교해 LTV가 평균 7.5%포인트 낮게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LTV가 낮아질수록 차주는 동일 담보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고, 추가 담보 제공이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등 거래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는 위법성 인식 정황도 확인됐다. 각 은행의 LTV 담당 실무자들은 타행에 요청해 받은 정보를 출력물로 전달받은 뒤 이를 엑셀로 옮기고 원본 문서는 파기하는 방식으로 흔적을 최소화했다. 담당자 교체 시에도 정보교환이 중단되지 않도록 은행별 담당자와 교환 방식 등을 정리해 인수인계하는 등 장기간 체계적으로 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경쟁요소인 LTV에 대한 정보교환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며 “정보교환 금지 규정 시행 이후 첫 제재인 만큼 금융권 전반에 명확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