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부모의 장애나 질병으로 돌봄 책임을 떠안은 ‘영케어러’의 정신건강 위기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청년에 비해 우울과 자살 생각 경험 비율이 크게 높았고, 실제 돌봄 시간은 감당 가능한 수준을 한참 웃돌았다. 개인의 부담을 넘어 사회적·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장애부모를 둔 가족돌봄 아동·청소년(영케어러) 실태와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족돌봄청년은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최소 약 6만명에서 최대 63만명으로 추정된다. 13~34세 4만383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살 생각 경험률은 돌봄 청년이 10.78%로, 일반 청년(2.4%)의 약 4배에 달했다. 우울 상태를 보인 비율도 61.5%로 높았고, 주돌봄자의 경우 70.9%에 이르렀다. 연구진은 한국복지패널조사 기준 19~34세 일반 청년의 우울 비율이 8.5%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돌봄 청년의 우울 수준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돌봄 부담 역시 과중했다. 가족돌봄청년의 주당 실제 돌봄 시간은 평균 21.6시간, 주돌봄자는 32.8시간으로 집계됐다. 반면 주돌봄자가 희망하는 돌봄 시간은 평균 19.1시간에 그쳐 실제와 희망 사이에 13.6시간의 격차가 존재했다. 돌봄 내용은 집안일 하기가 68.64%로 가장 많았고, 함께 시간 보내기 63.7%, 약 챙기기·병원 동행 52.59%, 자기관리 돕기 39.14%, 이동 돕기 38.4% 순이었다. 가사노동 부담을 느낀 비율은 돌봄 청년 33.4%로 일반 청년(8.5%)의 약 4배를 웃돌았다. 삶의 질 만족도는 일반 청년 68% 대비 돌봄 청년 56%로 낮았고, 불만족도는 15.1%로 일반 청년(7.2%)의 두 배 이상이었다.
경제적 부담도 컸다. 응답자의 66.9%가 돌봄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으며, 월평균 지출액은 62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필요한 복지 지원 분야로는 생계비(75.6%), 의료 지원(74%), 휴식 지원(71.4%)이 꼽혔지만, 실제 욕구 충족률은 생계비 40.7%, 의료 지원 35.9%에 그쳤다. 연구진은 영케어러 특별 간병비 지원 제도 신설, 교육비·생활비 지원 확대, 병원 동행 서비스 바우처 도입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영케어러는 조기에 과중한 돌봄 책임을 지며 학업, 또래 관계, 경제활동, 심리적 안정 전반에서 제약을 겪는다”며 “이 문제를 개인의 어려움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