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위 17억이 기준 됐다”…길음·하월곡까지 번진 성북 집값 재평가

“장위 17억이 기준 됐다”…길음·하월곡까지 번진 성북 집값 재평가

▲서울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포레카운티 전경. 최근 장위뉴타운 분양가 상승과 함께 길음뉴타운 기존 아파트 가격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성북권 집값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에서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처음으로 17억원을 넘어서면서 성북권 부동산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장위뉴타운의 고분양가가 기존 아파트와 분양권은 물론 빌라, 재개발 초기 구역까지 가격 기대감을 키우며 길음동과 하월곡동으로 상승 흐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8일 한국부동산원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장위10구역 재개발 단지인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17억6570만원으로 책정됐다. 장위동에서 전용 84㎡ 분양가가 17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은 1순위 청약에서 510가구 모집에 4873명이 접수해 평균 9.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위뉴타운 분양가는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2년 분양한 ‘장위 자이 레디언트’ 전용 84㎡ 분양가는 10억2350만원이었다. 이후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는 12억1100만원으로 올랐고, 이번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은 17억원대로 뛰며 3년 만에 7억원 이상 상승했다.

신규 분양가 상승은 기존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입주한 장위 자이 레디언트 전용 84㎡는 지난 5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면적이 14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2억원 오른 수준이다. 내년 입주 예정인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 분양권도 16억원대 실거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매물은 18억원대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장위뉴타운은 신축 아파트 공급이 이어지는 데다 동북선과 서울원 프로젝트, GTX-C 등 개발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신규 분양가가 높아질수록 기존 아파트 시세도 함께 재평가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재개발 예정 구역의 빌라 밀집지역. 신규 분양가가 17억원을 넘어서면서 기존 빌라와 재개발 초기 구역까지 가격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사진=장혜원 기자

상승세는 빌라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장위동 해드림빌라 전용 29.91㎡는 올해 2월 6억4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4월 6억6000만원, 5월 6억8000만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장위동 연립·다세대주택 전용 60~85㎡ 평균 거래가격도 지난해 4억8075만원에서 올해 6억3632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정비사업 초기 단계 구역에도 매수세가 유입되는 분위기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장위8·9·13·14·15구역 등 사업 초기 구역의 빌라 매수 문의가 이전보다 늘었다”며 “분담금을 포함하면 총투자금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향후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사비 상승과 추가분담금, 사업 지연 가능성 등 변수도 적지 않은 만큼 권리가액과 조합원 분양 자격, 예상 분담금을 충분히 검토한 뒤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경. 장위뉴타운 고분양가와 성북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길음동 기존 아파트도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장위동에서 시작된 상승 흐름은 인근 길음뉴타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길음동 ‘길음뉴타운9단지 래미안’ 전용 84㎡는 지난달 14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1년 전 11억원대 후반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2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전세시장도 강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마지막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성북구 전셋값은 전주 대비 0.48% 상승하며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 84㎡ 전세는 지난달 최고 11억원에 계약됐다. 올해 1월 최고 9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약 2억원 올랐다. 길음뉴타운6단지 래미안 전용 84㎡도 같은 기간 7억원에서 8억2000만원으로 1억2000만원 상승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실거래가보다 1억원 안팎 높은 호가에도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도 ‘지금 사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중심 재정비촉진지구 일대. 서울시는 최근 미아중심 재정비촉진계획을 개편해 용적률과 높이 규제를 완화하며 개발 활성화에 나섰다. 사진=장혜원 기자

시장에서는 성북권 개발 호재도 가격 상승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미아중심 재정비촉진지구 재정비촉진계획을 수정 가결하고 하월곡동 일대 약 31만㎡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특별계획가능구역에는 최고 허용용적률 720%를 적용하고 일부 지역은 건축 높이를 기존 25m에서 40m까지 완화해 개발 사업성을 높이기로 했다.

여기에 장위뉴타운 개발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길음뉴타운과 하월곡 일대 재정비 사업까지 속도를 내면서 성북권 전체가 하나의 신흥 주거벨트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부담 증가도 매매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30대 매수 비중은 40.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핵심 지역의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동북권으로 실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상승세를 그대로 미래 가격으로 연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있지만 집값은 공급과 금리, 경기,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변수가 함께 작용해 결정된다”며 “최근 가격 상승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부족과 인플레이션은 집값 하락을 방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고분양가가 항상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며 “실수요자라면 추격 매수보다는 시장 상황과 자금 계획을 충분히 점검한 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