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법 21일 시행…PA 간호사 업무 기준 미비에 현장 혼란 불가피

간호법 21일 시행…PA 간호사 업무 기준 미비에 현장 혼란 불가피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21일부터 시행되는 ‘간호법’으로 진료지원 간호사(PA)의 의료행위가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업무 범위를 확정하지 못한 채 제도를 시행하면서 현장 혼선이 불가피해졌다.

복지부가 아직 관련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지 못한 데다, ‘지원’과 ‘보조’ 같은 모호한 용어가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은 21일부터 본격 시행되지만, 핵심 세부 지침인 ‘진료 지원 업무 규칙’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PA 간호사는 의사를 보조해 특정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간호사로, 그간 법적 근거 없이 병원 현장에서 암암리에 활동해 왔다. 지난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사직 사태 이후 정부는 PA 간호사를 대체 인력으로 활용하며 시범 사업을 확대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간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PA 간호사 업무 범위는 제외됐다. 지난달 공청회를 통해 업무 범위에 관한 초안을 공개하며 진료 지원 업무를 기존 54개 항목에서 45개로 줄였지만, 핵심 의료행위 일부가 빠진 대신 새로운 항목이 추가돼 찬반 논쟁이 거세졌다.

제안된 업무 범위에는 △수술 부위 드레싱 △기관절개관 제거 △중심정맥관 제거 △절개와 배농 △피부 봉합 및 봉합사 제거 등이 포함됐다. 반면 기존에 허용됐던 △뇌척수액 채취 △전신마취를 위한 기관 삽관 △조직 채취 등 13개 항목은 빠졌다. 복지부는 일부 항목을 제거하는 대신 환자 모니터링과 개흉 마사지 보조 등 10개 행위를 새롭게 추가했다.

그러나 ‘지원’, ‘보조’ 등의 표현이 포함된 수술 관련 업무에 대해 의료계와 간호계 모두에서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간호사가 법적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고, 환자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522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2.9%가 “PA 업무 범위가 과도하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90.6%가 “간호사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교육 주체와 자격 부여를 놓고도 복지부와 간호계의 입장이 엇갈린다. 정부는 △3년 이상 임상 경험이 있는 간호사 △PA 업무 1년 이상 경력자에 대해 교육 이수 시 활동 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다. 교육기관으로는 대한간호협회,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유관단체 및 3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 등이 지정된다.

반면 간호협회는 PA 간호사 교육과정은 간호계가 주도해야 하며, 별도의 전담 간호사 자격증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교육 표준은 협의체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며 “간호계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시행규칙안 입법예고 일정에 대해 “1~2주 안에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 사이 PA 간호사 시범사업은 계속 유지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무 범위 관련 용어도 검토해 ‘지원’, ‘보조’ 같은 표현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호법 시행과 함께 PA 제도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지만, 현장 적용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