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 "자회사 전적 후 3년 지나 퇴직금 청구 시효 완성…안내 없어도 적용"

대법 "자회사 전적 후 3년 지나 퇴직금 청구 시효 완성…안내 없어도 적용"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회사가 자회사로 소속을 변경하면서 퇴직금 관련 안내를 하지 않았더라도 법정 청구 시효인 3년이 경과하면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A회사 소속 장례지도사들이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A회사 소속이던 장례지도사들이 2015년 11월 20일 장례 의전 업무가 B회사에 위탁되면서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다음날부터 B회사 소속으로 근무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A회사와의 계약 종료 후 3년이 지나 퇴직금을 청구했으나 시효 만료를 이유로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장례지도사들은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했고, A회사가 소속을 변경하면서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사실상 동일한 조건의 계약을 유지하도록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시효 만료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은 B회사가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새롭게 체결된 계약에도 기존 계약 승계 특약이 없고, A회사의 기망 행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2심은 A회사가 장례지도사들과 계약을 유지하던 기간에 발생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여전히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시효 완성 전 채권자의 권리행사 또는 시효 중단을 불가능 또는 곤란하게 만든 경우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거나 시효 만료 후 채무자가 시효 주장을 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 경우 등에서 권리남용이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2심은 장례지도사들이 별도 약정 없이 계약을 종료했고, 이후 동일 업무를 계속하면서 최종 퇴직 시 전체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믿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또한 계약 해지 합의서에 '기존 계약상의 지위나 노동관계법상 발생할 수 있는 지위의 유지가 되지 않음을 확인한다',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작성된 것임을 확인한다'고 기재돼 있었지만, 이를 근거로 시효가 즉시 기산된다고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고 A회사 측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장례지도사들이 소속 변경 후에도 동일 업무를 수행했으며, A회사가 계약 종료 시 퇴직금 안내를 하지 않은 사실도 청구 시효 연장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아울러 일부 장례지도사가 계약 해지 8개월 뒤인 2016년 7월 A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한 2017년 4월경에는 청구권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점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이들이 계약 해지 후 3년 내 청구권을 행사할 기회가 충분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