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치 세금 내”…사우디, DL이앤씨에 8533억원 과세 통지서 날려

“20년치 세금 내”…사우디, DL이앤씨에 8533억원 과세 통지서 날려

▲DL이앤씨. DL이앤씨

사우디아라비아 과세당국이 DL이앤씨에 2006년부터 현지에서 수행한 사업에 대한 8533억원 규모 법인세 부과를 통지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사우디 과세당국이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사우디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설계·조달·시공(EPC) 용역과 관련해 법인세 추징을 통지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번 8533억원 규모 법인세는 사우디 과세당국이 DL이앤씨가 수행한 설계·조달 업무가 현지 고정사업장에서 수행됐다고 간주하고 부과된 것이다.

통상 해외 EPC 사업은 한국 본사에서 설계와 조달을 수행하고 한국에 법인세를 신고·납부한다. DL이앤씨 역시 해당 기간 동안 이미 한국에서 적법하게 법인세를 신고하고 납부 완료했다고 밝혔다.

DL이앤씨는 사우디 국세청으로부터 정확한 과세 근거를 수령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과세 대상 연도로 미뤄볼 때 DL이앤씨가 사우디에서 수행했던 ‘카얀 폴리카보네이트 프로젝트(2007~2011), 얀부 수출 정유공장 프로젝트 가솔린 PKG(EPC-3)(2010~2014), 쇼아이바 2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공사(2011~2015), NCP 석유화학 단지 건설공사-South Plot(2008~2011), RTIP 혼합 피드 크래커 프로젝트(2011~2014)’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했다.

DL이앤씨는 과세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실제 세금 납부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이다. 사우디 소득세법에 따르면 소득세 부과 법정 기한은 10년이다. 이번 과세 대상이 된 예상 사업지들은 이미 부과 제척기간이 경과했다고 설명했다.

또 과세표준·세액 산출 근거 등 구체적인 과세 근거가 부족하다고도 했다. 고정사업장 인정 근거나 용역 수행분 배분 방식 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DL이앤씨는 설계·조달 업무는 본사 소속 인력이 한국에서 수행한 업무로서 사우디 내 고정 사업장 형성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과세소득은 이미 한국에서 적법하게 신고·납부된 건으로 사우디에서 해당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경우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국가간 조세조약을 위반한 과세권 침해라는 것이다.

DL이앤씨는 우선 현지 조세 불복절차를 진행한 후, 현지에서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상호합의절차(MAP)를 신청할 방침이다.

현지 불복절차는 사우디 국세청을 상대로 한 이의신청이 첫 단계다. 이의신청이 기각되는 경우 현지 조세분쟁위원회(GSTC)를 상대로 조세불복청구가 진행된다.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세금 납부는 이뤄지지 않는다.

소송 진행 중 재무적 영향에 대해 DL이앤씨 관계자는 “납부해야 할 신뢰성 있는 금액을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무제표 상에는 해당 부분이 충당부채로 반영되지 않을 예정”이라며 “재무적 영향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상호합의절차는 조세조약에 의한 것으로 이중과세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각국 과세당국이 직접 협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외교적·행정적 구제 제도다. 상호합의절차는 과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신청할 수 있다.

납세자가 국세청에 상호합의 신청을 하면 국세청은 상대 국가에 신청 내용을 통보하고 해당 과세가 정당한지, 조세 조약에 부합하는지를 다툰다. 상호합의 절차는 소송 중간에도 신청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중동 사업지에서 과거에 수행했던 사업에 대해 과세하는 선례가 있긴 하나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과세 배경으로 사우디 재정난을 짚었다. 그는 “이번 8000억원대 법인세 과세가 사우디 재정난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른 건설사로 조세 리스크가 번질지 예단할 수 없지만 설계·조달은 한국에서, 시공은 현지에서 하는 사업구조가 일반적인 만큼 다른 건설사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