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보다 앞서 시행된 韓 AI 기본법…전면 적용 속도·규제 강도는 온도차

EU보다 앞서 시행된 韓 AI 기본법…전면 적용 속도·규제 강도는 온도차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22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인공지능 규제를 선제 도입한 유럽연합(EU)이 위험 유형별로 규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시행 시점 기준으로 전면 적용에 들어가면서 규제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부는 실제 규제 집행과 제재는 최소 1년 이상 유예하고 계도와 지원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AI 기본법은 이날부터 효력이 발생하지만, 투명성·안전성·고영향 AI 관련 규율에 대해서는 사실조사와 과태료 부과를 최소 1년 이상 유예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 기본법은 규제를 위한 법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법”이라며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기준이 오히려 투자와 기술개발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기본법의 핵심 축은 △투명성 확보 의무 △안전성 확보 의무 △고영향 AI 판단 및 사업자 책무다. 투명성 의무는 생성형 AI 결과물이 외부로 유통될 경우 ‘AI 생성물’임을 표시하도록 하는 것으로, 딥페이크 등 실제와 구분이 어려운 생성물에는 사람이 인식 가능한 표시가 요구된다.

안전성 의무는 누적 연산량 10의26승 FLOPs 이상의 초고성능 AI 가운데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고영향 AI는 에너지·의료·교통·금융 등 10개 분야를 중심으로 위험의 중대성과 빈도를 종합 고려해 판단하되, 최종 의사결정에 사람이 개입해 통제가 가능하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상용 건국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AI의 잠재적 위험을 염두에 둔 규율로, 아직 요건을 충족하는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EU의 규제는 구조와 강도가 다르다. 유럽연합은 AI Act를 위험 유형별로 나눠 2024년 거버넌스 규정을 시작으로 금지 AI, 범용 AI, 고위험 AI와 투명성 규제를 단계적으로 집행한다. 투명성 의무는 한국과 유사하지만, 고위험 AI에 대해서는 제공자와 배포자 모두에게 위험관리, 적합성 평가, 기술문서·로그 관리, 감독·보안 조치 등 광범위한 의무를 부과한다. 안전성 기준도 EU는 누적 연산량 10의25승 FLOPs 이상으로 한국보다 엄격하다. 제재 수준의 차이는 더욱 크다. EU는 위반 시 최대 3500만 유로(약 601억원) 또는 전 세계 연매출의 7% 중 높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반면 한국은 전면 시행에도 불구하고 집행은 ‘저강도·지원 중심’이다. 정부는 지원데스크를 통해 기업 질의와 애로사항을 우선 접수하고, 컨설팅과 안내를 제공한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상담은 비공개·익명 원칙으로 운영되며,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인명사고나 중대한 인권 침해 등 예외적 상황이 아니면 사실조사에 즉시 착수하지 않는다.

제재 역시 형사 처벌 없이 시정명령 불이행 시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된다. 정부는 “처벌보다 신뢰 기반을 구축해 국민이 안심하고 AI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제도가 현장의 혁신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