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결론을 받았다. 흡연과 폐암 발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대폭 보강했지만, 법원의 판단을 뒤집지는 못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6-1부는 건보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를 상대로 낸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단의 주장을 전면 배척했다. 재판부는 “공단이 보험급여를 지출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이 예정한 보험자 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해 법익 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담배의 설계·표시 결함이나 통상 기대되는 안전성 결여, 유해성과 중독성을 기망·은폐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흡연과 암 발병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공단이 2014년 국내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했다. 공단은 흡연 예방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를 명분으로, 흡연력 20갑년 이상·흡연 기간 30년 이상이면서 폐암·후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 3465명에 대해 지급한 급여비 533억원을 청구했다. 공단에 따르면 직·간접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의료비 지출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1년간 누적 약 40조7000억원에 달하며, 2024년 한 해만 4조6000억원 수준이다.
1심 패소 이후 공단은 항소심에서 전문가 의견서, 최신 연구 자료, 피해자 진술서를 추가 제출하는 등 총력전을 벌였다. 호흡기내과 교수 출신인 정기석 이사장이 직접 변론에 나서 “담배가 폐암 등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점은 과학적으로 명확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공단은 대법원 상고를 예고했다. 정 이사장은 선고 직후 “과학과 법의 괴리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며 “의료계와 법조계,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상고 이유를 정교하게 다듬어 법원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연간 4조원대에 이르는 흡연 관련 재정 지출에 대한 제도적 회수 방안 마련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