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비대면 대출 편취, 사기죄 해당 안돼"

대법원 "비대면 대출 편취, 사기죄 해당 안돼"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진행되는 비대면 대출을 악용해 자금을 편취했더라도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기죄 성립을 위해서는 ‘사람을 속이는 행위’, 즉 기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복수의 카드사로부터 비대면 대출을 동시에 신청해 약 345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카드사 간 정보 공유의 시간차를 이용해 다수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A씨가 1억 원 넘는 대출을 시도하고, 거래처와 지인 등에게 3억 원가량의 빚이 있는 점을 들어 상환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며 사기죄를 적용했다. A씨는 조사에서 생활고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과 2심은 “편취 의도가 있었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비대면 대출은 사람을 속이는 행위가 없는 자동 시스템에 의한 승인으로, 사기죄의 핵심 요건인 기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출 과정에서 카드사 직원이 개입한 정황이 없어, 사람을 속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은 사기죄 기망요건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사기죄 적용 범위와 기준에 대한 새로운 법적 판단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