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원하는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사례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위스테이 지축’ 아파트. 경향신문
공공부문에서 리츠(REITs) 활용이 다시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부동산투자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시행 이후 지역상생리츠 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들이 리츠 사업에 나서고 있다. 공공개발 수익을 주민과 나누거나,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민간 리츠의 제1목적은 수익이겠지만, 공공리츠는 저렴한 주거를 공급하겠다는 ‘공공성’과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 ‘수익성’을 모두 챙겨야 한다. 이 긴장 관계를 푸는 것이 공공부문 리츠가 더 활성화될 수 있는 조건일 것이다.
◇ 법 개정 이후 지자체 지역상생리츠 도입 구체화
23일 에너지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에 시행된 부동산투자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리츠투자가 지역발전과 지역상생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역상생리츠 제도를 도입했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발생된 수익을 나눠주는 부동산투자회사다. 지역상생리츠는 지역발전 등 공익을 위하여 특정 지역 주민에게 청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국토교통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부동산투자회사가 청약의 자격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지역상생리츠를 제도적으로 구체화 한 것은 서울시다. 시는 지난달 관련 용역을 발주하며 ‘서울동행리츠’ 사업에 착수했다. 시민이 공공개발 주체로 참여해 안정적인 수익을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가 구상 중인 리츠 사업은 운영단계에서 공모를 통해 시민들이 주주로 참여해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시 관계자는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투자단계나 건설단계는 워낙 리스크가 많아 사업이 좌초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준공 후 수익이 안정화되는 운영단계에서 수익을 나누는 구조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동행리츠는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이 지분의 51% 이상을 확보하는 공공참여형 사업구조를 중심으로 할 예정이다. 최소 연 6%의 안정적인 배당을 목표로 한다. 시민 청약 규모는 리츠 자본금의 30% 내외를 기준으로 한다.
시범적용 검토 사업지는 용산과 서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B9 부지 복합개발사업은 총 사업비 약 2조5000억원 규모다. 코레일과 SH공사가 공동으로 시행중인 도시개발사업 지구중 SH가 직접개발을 검토 중이다. 5월부터 구체적인 금융구조설계와 리츠출자자 활성화 방안을 수립해 2027년 민간 출자자모집에 착수하고, 공사가 마무리되는 2033년 경 시민 공모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초구 양재동 소방학교 부지는 당초 있던 소방학교가 있던 자리로 현재는 비어있다. 비어있는 부지에 공공시니어 주택과 문화여가, 커뮤니티를 조성하고자 대상지 공모형 민간투자사업(BTO)방식을 적용해 사업 추진하고 있다. 서초 부지는 지난해 11월 공모를 이미 시작해 현재 민간제안자가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있다. 이르면 연내 민간투자사업 최초제안서를 접수 받고, 2027년 민간투자사업 관련 검토절차 등을 거쳐 2028년 착공이 목표다. 시설이 준공될 것으로 예상되는 2033년에는 시민 공모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 SH·HUG, 자금조달 수단으로 리츠 활용
S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자금조달 목적으로 리츠를 활용하고 있다. SH는 2020년 도시재생사업을 촉진하는 리츠를 최초로 시행했다. 주택도시기금과 공동으로 1800억원을 조성해 ‘공간지원리츠’를 개발했다.
공간지원리츠는 저층주거지나 쇠퇴한 상권지역 등 서울 낙후지역의 도시재생 사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시설을 선매입하여 저렴하게 사용자에게 다시 공급하는 방식이다. 민간사업자가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해 건설·개량한 시설을 선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기업이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할 경우 초기 자금부담이 줄어들고 건설할 시설의 판매처도 확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간지원리츠 1호 사업은 천호1 도시환경정비사업 지역에서 매입한 오피스텔(147가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1호 사업은 주거 261가구, 비주거(근린생활시설·오피스) 19가구가 포함된 6개 사업장에서 시행됐다. 현재 사업 자산 매입이 완료돼 전 사업장이 운영 중인 상태다. 1호사업은 시에 지정된 47개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이 우선 대상이 됐으나 현재 3곳 진행됐고 그 외 3개 지역은 정비사업지역 등이다.
HUG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에 주택도시기금의 출자·융자와 HUG 보증부 PF대출을 지원하고있다. 임대리츠의 자본을 모을 때 정부는 우선주로, 민간사업자는 보통주로 참여하는 구조다. 융자지원의 경우, 기금융자지원은 주택도시기금이 저렴한 금리로 빌려주고, 민간융자지원은 일반 시중은행에 대출을 받기위해 HUG가 보증을 지원해준다.
특히 HUG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공공지원 민간임대)를 기반으로 한다. 주택도시기금과 민간사업자가 자본금을 출자하고, 임대리츠를 설립해 공동 운영하며 주변 시세의 90% 이내에서 8년 이상 장기 임대를 제공하는 구조다.
대표 사례인 위스테이 지축은 539가구 규모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다.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은 입주 이후 8년이 지나면 임대가 종료된다.
HUG는 지난 19일 리츠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토지임대부와 협동조합형 임대리츠 등 다양한 임대주택 모델의 사업화 범위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임대 종료 후 분양 전환 갈등…세제·규제 장벽도 넘어야
리츠라는 자금조달구조로 저렴한 가격에 서민 주거를 공급하려면 필연적으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수익성과 공공성이 부딪히는 지점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임대 기간이 끝날 때다. 임대리츠의 지분을 보유한 건설사 등 민간 투자자들은 임대 종료 이후 주택을 시세만큼 비싸게 분양하고 싶어 한다. 반면 입주민들은 싼 가격에 분양 받아 계속 거주하길 원한다.
분양전환을 앞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임차인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임대 연장 운영이다. 최근 광주 광산구 임차인들의 고분양가 반발 집회와 위스테이 지축 입주민들의 임대 연장 요구가 있었다. 광주 광산구의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임차인들은 임대기간 만료를 앞두고 입지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분양가를 제시하고있다고 지난 20일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위스테이 지축의 입주민들 역시 지난 19일 최인호 HUG 사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임대 연장 운영을 요청했다. 이에 최 사장은 “임대 연장 운영이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리츠의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수익성과 공익성의 충돌은 초기자산을 매입하는 진입단계에서도 문제가 된다. SH가 시행하는 공간지원리츠 1호는 2020년 도입됐지만, 2호는 올해 1월 최초 출자해 사업 추진을 준비 중이다. 도시재생 공간지원리츠가 1호와 2호 사이에 5년의 공백을 겪은 배경에 대해 SH 관계자는 지방공기업법 개정을 들었다. 지방 공기업법이 개정되면서 전문기관의 출자 타당성 검토를 거치느라 적기에 사업 수행이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서울 자산가격 급등으로 인한 세제도 장벽이다. SH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서울 자산 가격 급등으로 공시가격 9억 이하 주택 매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리츠라는 자금조달 수단은 있지만 종합부동산세 부담 때문에 살 수 있는 자산이 제한된 것이다. 구도심은 서울 중심에 위치해있는 경우가 많아 이곳을 매입하면 종부세 부담이 커져 리츠 수익성이 악화된다.
공공리츠가 지역이익을 공유하고 서민주거수단을 뒷받침하려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 연장 운영이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리츠의 사업 구조 고도화가 필요하다”며 “적기에 출자를 하기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공공부문 리츠 종부세 면제 등 제도개선이 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