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김현기 국민의힘 강남구청장 후보가 21일 강남역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형곤 더불어민주당 강남구청장 후보가 같은 날 강남역 유세 현장에서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관련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6·3 서울시장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1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첫날부터 부동산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면 충돌했다. 오 후보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겨냥한 ‘심판론’을 제기한 반면, 정 후보는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와 청년안심주택 전세사기 문제를 부각하며 ‘오세훈 시정 책임론’을 내세웠다. 집값과 전월세 문제, 재건축·재개발, 시민 안전 문제가 선거 초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운데)가 21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당 관계자들과 함께 필승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오세훈 캠프 제공
오 후보는 이날 강북구 삼양사거리 출정식을 시작으로 성북구, 서대문구, 동대문구 등을 돌며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어린 시절을 보낸 강북구 삼양동에서 첫 출정식을 연 그는 “이번 선거는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서울 전역에서 매매가와 전세, 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정부가 실거주만 강조하면서 대출을 제한하고 세금을 중과하는 정책을 반복한 결과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는 폭등했다”며 “무주택자는 전세 물건을 구하지 못해 고통받고, 집을 가진 시민도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 때문에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시민들의 절규가 청와대에 닿지 않고 있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부동산 정책 방향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오세훈 캠프 제공
성북구와 서대문구 유세에서도 메시지는 같았다. 그는 “집이 있어도 고민이고 없어도 고민인 상황이 됐다”며 “만약 서울시까지 민주당이 가져가면 이재명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를 향해서는 “대통령 정책을 비판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후보”라고 비판하며 “서울시장 정도라면 자신의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두 번째)가 21일 서울 강북구 삼양사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국민의힘 소속 자치구청장 후보들과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오세훈 캠프 제공
특히 오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성과를 자신의 핵심 치적으로 내세웠다. 그는 강북구 유세에서 “박원순 시절 해제된 정비사업 구역을 다시 살려냈고 강북구에서만 35곳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모아타운과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공급을 늘려온 것이 서울 주택시장 안정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방어에 나섰다. 그는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본질과 무관한 이슈를 부각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문제를 발견한 즉시 원칙대로 조치했고 이미 충분히 설명이 끝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 후보에게 해당 문제만 놓고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 선대위도 이날 별도 논평을 내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대출 규제, 양도세 중과 강화 등 정부의 규제 중심 정책이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며 “서울 시민들은 지금 ‘부동산 지옥’을 체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 후보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실패를 외면한 채 남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출정식 ‘성동에서 증명한 변화, 서울에서 완성하겠습니다’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며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정원오 캠프 제공
반면 정 후보는 성동구 왕십리역 출정식에서부터 ‘서울시 실력교체’를 전면에 내걸었다. 성동구청장 3선을 지낸 그는 “성동구에서 검증된 행정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오세훈 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출정식 직후 청년안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났다. 피해자들은 “서울시를 믿고 입주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했고, 정 후보는 “서울시가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입주자 모집 단계부터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 구축과 별도 지원 사업 검토 방침도 밝혔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2U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원오가 간다⑩: 찾아가는 서울人터뷰-청년안심주택 피해청년편’에 참석해 청년들의 주거 피해 사례를 청취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정원오 캠프 제공
이후 정 후보는 강남구 GTX-A 삼성역 공사 현장을 직접 찾아 철근 누락 사태를 집중 점검했다. 안전모를 착용하고 지하 승강장 공사 구간을 둘러본 그는 “비전문가가 봐도 균열이 많아 우려스럽다”며 “철근 누락이 발견됐는데도 공사를 계속 진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서울시장이라면 몰랐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오 후보를 겨냥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운데)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지역 유세에서 강남·서초·송파·강동구청장 후보들과 ‘조기독서·AI교육도시 공동정책’ 추진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후보들은 조기독서 프로젝트 확대와 거점도서관 조성, 독서·AI 미래교육도시 구축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사진=정원오 캠프 제공.
정 후보는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과 강남스퀘어 유세에서도 재건축 이슈를 적극 공략했다. 그는 “민주당 구청장들과 함께하면 강남4구 재건축·재개발을 더 빠르고 안전하게 추진할 수 있다”며 압구정·대치·개포·은마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단지를 언급했다. 이어 “정쟁의 한복판에 서는 시장이 아니라 민생의 한복판에 서는 시장, 대권을 바라보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바라보는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선거운동 첫날 양측의 메시지는 뚜렷하게 갈렸다. 오 후보는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앞세워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 후보는 GTX-A 철근 누락과 청년안심주택 사태 등을 사례로 들며 오세훈 시정의 책임과 안전 문제를 부각했다. 재건축과 집값, 전세난, 시민 안전까지 얽힌 부동산 문제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임을 보여준 하루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