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출신’ 빠진 여신협회장 선거…현장 목소리 울려퍼질까

‘당국 출신’ 빠진 여신협회장 선거…현장 목소리 울려퍼질까

▲여신금융협회.

카드·캐피탈·신기술금융사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건의하는 여신금융협회의 수장을 선출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여신업권 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는 이번 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제·금융 관료 출신 인사들이 회장을 독식해온 것과 달리 현장과 가까운 인사들을 중심으로 후보군이 꾸려졌기 때문이다.

26일 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제14대 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5명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오는 27일 서류심사를 통해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하고, 다음달 4일 면접·무기명 투표로 단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회원사들이 총회에서 의결하는 방식으로, 다음달 하순을 전후로 회장 선임이 진행될 전망이다.

◇ 업계·학계·정계인사 입후보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은 KB국민카드 대표 출신으로, 그룹 내에서 전략·보험·디지털 부문을 두루 경험했다. 카드사들의 디지털 전환과 사업 확장 노선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로 불리는 까닭이다.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는 우리은행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전략-재무총괄 부사장(CFO)을 지냈고, 최근에도 한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맡아 현장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장도중 신용보증재단 중앙회 상임이사는 현대캐피탈·국민리스 출신으로, NICE평가정보 금융사업실장과 기획재정부 부총리 정책 보좌관을 역임했다. 정책을 기획하고 구현하는 측면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작게는 개별 기업, 크게는 업권의 자존심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학계에서는 김상봉 한성대 교수가 깃발을 들었다. 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국내 경제학 석사(서강대 대학원)와 해외 박사(텍사스주립대) 학위를 받은 유일한 후보다. 그는 신한카드와 SK경영경제연구소에 몸 담은 전력이 있고, 여신협회 자문위원도 두 차례 지냈다.

윤창환 전 국회의장 정책수석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정책 특보단장을 맡았고, 현재는 △여신금융산업 3.0 AI·AX 전략센터장 겸 수석 아키텍트 △생산적 포용금융 정책포럼 상임의장 △글로벌 AI 넥스트 센터 최고경영자(CEO)다. 정부가 금융권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상황에서 ‘완충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

◇ 맞춤형 정책 토대로 위기 극복 모색

업계에서는 이번 선거를 기업들의 고충을 정책에 녹여내고 회원사들의 소통과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현업 경험과 시장 이해도를 갖춘 후보가 다수 포진한 구도에 ‘박수’를 보낸 셈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이 감소하고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당기순이익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이렇다할 신사업을 발굴하지 못했던 시기를 끝내야한다는 니즈도 반영됐다. 그간 금융당국과 소통하기 용이하다는 점을 이유로 관 출신들이 많이 뽑혔지만, 성과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특히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정책 기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해외에서는 비자(VISA)가 핀테크사를 인수합병(M&A)하고, 마스터카드가 데이터 애널리틱스 법인을 설립하는 등 여전사들의 변신이 이뤄지고 있다. 아멕스는 여행·라이프스타일 기능까지 제공하는 일명 ‘슈퍼앱’을 만들었다.

일본도 카드사의 비금융 겸업을 제도적으로 허용하지만, 국내의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쓰여진 사업만 영위할 수 있는 포지티브형 규제체계에 막혀 플랫폼 사업 진출이 어렵다.

협회를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소폭이지만 인상하는 데 성공했고, 요양시설 등 시니어사업과 보험·자산운용을 비롯한 분야의 시너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힘을 쏟기 시작한 다른 업권과 비교가 되는 것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든 요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에 기반한 정책 대응과 회원사간 소통 강화 측면에서 새로운 수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라며 “이번 ‘혁신’이 올해 말 예정된 은행·보험업권 회장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