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이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이 악화되며 ‘생산적금융’ 확대를 둘러싼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전월 대비 0.06%포인트(p) 상승한 0.67%로 나타났다. 2016년 10월(0.81%)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졌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84%로 전월보다 0.1%p 상승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모두 악화됐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1%p 오르며 1%를 기록했다. 2015년 5월(1.11%)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은 연체율이 1%대에 도달할 경우 건전성 위험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해석한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84%로 전월 말 대비 0.06%p 상승했다. 0.92%를 기록한 2013년 5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0.27%)도 전월 대비 0.05%p 상승했으며, 2021년 9월(0.28%)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들이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을 내걸며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전성 위험은 오히려 커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상반기 기업대출이 약 28조원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약 9조원 증가한 것에 비해 공급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경기 악화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며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대출 연체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부동산업과 임대업, 요식업 등을 중심으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기업 경기는 양극화가 심각하다”며 “수출 중심의 반도체 기업은 호황인 반면 비반도체 기업과 내수 중심 기업은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악화된 경기 상황에 장기간 사업을 하다 폐업을 결정하는 사업자도 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년 이상 사업을 하다 폐업한 사업자는 31만7406명으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05년 이후 최고였다. 신규 사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은 83.5%로 2013년(84%)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까지 본격화되며 대출 부실 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이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3년 6개월 만에 긴축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향후 금리 상단이 연 3.5%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 전인 지난 3~5월 신규 취급된 신용대출의 은행별 평균 금리는 중소기업은 최대 연 6.08%, 개인사업자는 최대 연 8.77%로 나타났다. 보증서담보대출의 은행별 평균 금리는 중소기업은 최고 연 4.96%, 개인사업자는 최고 연 5.27%였다.
은행권은 기업대출 확대 기조 속에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고민이 깊다고 토로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생산적금융 취지를 고려하면 미래 가능성을 보고 우량 중소기업 중심으로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증서담보대출 등 상대적으로 건전성 위험이 낮은 대출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