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미나이
중동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구조가 재편되며 석탄 광산을 쥔 종합상사주가 재평가되고 있다. 전쟁 여파로 석탄 가격 상승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 결렬로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이다. 전세계적인 친환경 기조로 그간 외면받던 석탄이 에너지 안보 국면에서 부각되는 형국이다. 인공지능(AI)발 전력수요도 중장기적으로 석탄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개월간 LX인터내셔널, GS글로벌 등의 종합상사 주가는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지난 10일 현재 LX인터내셔널은 전월 대비 14.08%, GS글로벌은 41.27%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에너지 관리의 축이 ‘환경’에서 ‘안보’로 이동하며 석탄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동 내 주요 에너지 인프라 타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LNG·석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점이 석탄의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말 현재 호주 뉴캐슬 연료탄 가격은 톤당 142.5달러로 전월 대비 23% 상승했다.
LNG 대체 수요 급증으로 인한 석탄 가치 상승 패턴은 과거에도 관측됐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며 LNG를 대체할 수 있는 석탄의 수요가 급증했다. 당시 호주 뉴캐슬 연료탄 가격은 톤당 500달러에 육박하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강진혁·최민기·한승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한 가격 변동이 LX인터내셔널, GS글로벌 등 종합상사에 호재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석탄 채굴과 트레이딩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LX인터내셔널 자원 부문은 호주탄과 인도네시아탄을 비롯한 광물 사업을 포괄한다. 지난해 자원 부문 영업이익률은 5.08%로 부문별 영업이익률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전쟁이 호재가 되면서 관련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앞서 관련(자원·트레이딩/신성장부문) 영업이익이 2024년 2685억원에서 2025년 1421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에너지 가격 상승이 2022년의 ‘퍼펙트 스톰’ 수준의 충격은 아니지만, 석탄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이벤트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GS글로벌 역시 인도네시아 석탄 광산에 대한 지분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호주 등의 석탄을 국내 발전소, 중국, 대만 등에 판매하는 트레이딩 사업도 영위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석탄과 같은 자원의 경우, 원가가 한정된 상황에서 가격이 올라가면 이익 증가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석탄 가격 상승이 바로 영업이익 상승으로 반영된다는 의미다.
석탄 가격 상승은 트레이딩 마진 개선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X인터내셔널의 트레이딩·신성장 부문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1.8%로, 전 분기 영업이익률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한승훈·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공급망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의 높아진 연료탄 가격은 중기적으로 유지되면서 증익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AI산업의 성장에 따라 전력요구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데이터센터 2030년 전력 소비량 전망치는 425테라와트시(TWh)에 육박하며, 2024년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적으로도 기존의 화석연료가 재주목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조적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 사용이 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중동전쟁 이후 석탄 발전소 폐쇄를 2038년까지 연기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서의 석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중동발 에너지 위기로 다수 국가들이 전력비용 억제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높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