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기 악몽 소환”…1540원 넘은 환율, 외환시장 ‘초긴장’

“금융위기 악몽 소환”…1540원 넘은 환율, 외환시장 ‘초긴장’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장기간 머물며 외환시장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동 지역 군사적 충돌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도세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 모습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3월 31일(1530.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환율은 지난달 15일 처음 1500원을 넘어선 이후 13거래일 연속 1500원선을 웃돌고 있다. 이는 중동 전쟁 직후인 올해 3월 말~4월 초 기록했던 9거래일 연속 1500원대는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1거래일 연속 기록도 넘어선 수치다. 외환위기 당시 49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한 이후 가장 긴 흐름이다.

외국인 자금 유출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84% 하락한 8369.41에 거래를 마쳤으며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952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 추이.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달러 수요를 자극하며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성향도 강화됐다.

국내 외환시장이 지방선거로 휴장했던 사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 영향으로 역외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먼저 급등했고, 국내 시장 개장 이후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국제유가 역시 배럴당 90달러 후반대로 뛰어오르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을 키웠다. 통상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 악화 우려를 높여 원화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환율 상승 속도는 일부 제어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과도한 시장 쏠림 현상에 대해 즉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네고)이 유입된 점도 추가 급등을 제한한 요인으로 꼽힌다. 또 장 시작 전 전해진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 합의 소식도 시장 불안을 일부 완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한편 환율은 정규장 마감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후 5시께 야간거래에서 1540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1540원선을 웃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