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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예수 D-5…인류의 꿈 담은 스페이스X, 궤도 안착 관건은?

▲ChatGPT로 생성한 이미지

사상최대 IPO로 전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던 스페이스X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5월 중순 고점을 찍은 국내외 우주 섹터 주가는 이후 큰 폭으로 조정을 겪고 있다. 시장은 다음 주 예정된 상장 후 첫 실적 발표와 그 직후 풀리는 보호예수 물량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컨퍼런스콜에서 재사용 로켓 스타십 상용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주가 조정에도 우주 산업의 장기 성장 스토리는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우주기업보다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부품·소재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페이스X 주가 짓누르는 ‘금리 인상 가능성’

▲스페이스X 주가 추이 [자료=야후 파이낸스, 제작=클로드]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스페이스X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31% 하락한 112.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135달러)보다 16.9% 하락한 가격이다. 상장 이후 최고가(201.80달러)보다는 44.4% 하락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12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직후 3거래일간 급등해 최고가를 기록한 뒤 약세로 돌아섰다.

▲국내외 우주 섹터 주요 기업 주가 추이[자료=야후 파이낸스, 제작=클로드]

연초 이후 주요 우주 관련 기업 주가를 보면, 스페이스X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이다가 5월 중순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 기대감에 주요 우주 기업으로 자금이 몰렸다가, 스페이스X 상장일이 다가오면서 우주 섹터 추종 펀드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태 한국투자신탁운용 책임 매니저는 “스페이스X 상장에 따른 우주 섹터 추종 자금의 리밸런싱이 주요한 영향”이라며 “우주 관련 펀드 자금이 스페이스X로 집중되고 이를 위해 중소형 우주 기업을 매도하면서 스페이스X 급등, 나머지 우주 기업 급락이라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6월 들어 스페이스X를 포함한 우주 섹터는 전반적으로 큰 조정을 겪고 있다. 시장에서는 매크로 관점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성장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점과 반도체 등 인공지능 테마 중심으로 수급이 쏠린 결과로 해석한다.

김현태 매니저는 “우주 기업 특성상 향후 높은 성장에 대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는 만큼 이러한 성장주 센티먼트 악화에 영향받았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돈을 벌지 못하는 우주 기업은 미래에 벌어들일 돈을 지금 가치로 환산해서 주가에 반영하는데, 이때 금리를 기준으로 할인율을 적용한다. 금리가 오르면 몇 년 뒤 받을 돈의 지금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우주섹터 전반의 하락에 관해 “중동 전쟁 불확실성과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확대 등 매크로 리스크에 따라 고밸류에이션 종목의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 가장 크다”며 “미래가치를 크게 반영하는 기업은 금리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최근 AI 자본지출 이슈로 자본조달 시장의 조달금리가 높다는 측면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우주 기업이 오를 때 스페이스X만 유독 못 오르는 이유로는 수급을 꼽았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선 스페이스X를 뺀 나머지 주요 우주 기업은 급등했다. 로켓랩(+10.38%), AST스페이스모바일(+10.20%) 등은 공급계약 호재 등으로 상승했다. 스페이스X는 미 우주군으로부터 16억달러 규모 계약을 수주했지만, 주가는 0.31%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실적 발표 이후 풀릴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수급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실적 발표일(현지시각 4일)로부터 2거래일 뒤인 6일 유통가능 주식 중 20%가량(9억1150만주)이 보호예수에서 풀린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매물 출회가 이어지며 하락했다”며 “IPO 이후 기대감으로 올라온 만큼 실적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미래 성장 프리미엄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 보호예수 물량 일정 [자료=스페이스X 증권신고서, 제작=클로드]

남은 물량은 8월 중순부터 10월까지 두 달간 7%씩 다섯 차례 자동 해제가 이어진다. 11월경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약 28% 물량이 대규모로 풀린다.

일론 머스크가 보유한 지분 64억주는 상장 1년이 지난 내년 6월12일 일괄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컨콜서 “스타십 상용화 일정 나오는지 관건”

한국시각으로 다음 달 5일 새벽 스페이스X는 상장 이후 첫 분기 실적 발표를 진행한다. 시장에서는 컨퍼런스콜에서 스타십 상용화에 대한 구체적인 타임라인이 나오는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페이스X 사업 부문은 스페이스, 커넥티비티, AI, 세 가지로 나뉜다. 핵심 사업 부문은 우주 발사체를 만들고 운용하는 스페이스 부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스페이스 부문 매출은 40억9000만달러, 영업 적자 6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타십 연구·개발(R&D) 비용을 30억달러 반영한 탓이다.

▲농업·산림 관리, 산림 변화 모니터링용 농림위성으로 개발된 차세대 중형위성 4호가 실린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이 7월 7일 오전 0시 12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페이스X는 발사체 팰컨9으로만 지난해 발사 횟수 165회를 기록했다. 전 세계 궤도 발사 324회 중 절반가량(51%)을 스페이스X 단독으로 수행했다.

현재는 팰컨 단일 발사체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지만, 점차 스타십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십은 초대형 위성과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달 착륙 임무 등 차세대 우주 인프라 구축에 활용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스타십 상용화 일정을 주목하고 있다. 스타십은 당초 지난해 상용화를 목표로 했지만, 올해 하반기로 한 차례 밀렸다.

김현태 매니저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타십 상용화에 대한 구체적인 타임라인 등 가시성을 제시하는지”라며 “위성 인터넷 서비스,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 데이터센터 임대 차별화 전략 모두 스타십 상용화에 달린 만큼 어닝콜에서 스타십 상용화 일정의 변동 등 발언이 나올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진행한 시험 비행 결과를 보면 스타십 개발은 시험 단계에서 운용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시각 지난 24일 진행한 스타십의 13번째 시험 비행은 성공적으로 끝난 것으로 평가된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타십 13차 발사, 성공적’ 보고서에서 “12차 비행에서 문제가 됐던 항목이 사실상 모두 개선된 만큼 스타십 개발은 시험 단계에서 운용 단계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다가서고 있다”며 “14차 비행용 기체 시험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이르면 한 달 이내 발사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십의) 궤도 비행 전환과 스타링크 V3 대량 배치가 본격화하면 발사당 용량에서 팰컨9 대비 20배 이상 우위를 갖는 스타십-V3 조합이 아마존 카이퍼 등 경쟁에서 격차를 구조적으로 벌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스타십 운용 전엔 스타링크로 돈 번다

스타십이 본격적으로 운용되기 전까지는 스타링크가 포함된 커넥티비티 부문을 중심으로 영업 현금을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 61%는 스타링크에서 나왔다. 매출 113억9000만달러, 영업이익 44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세 사업 부문 중 유일한 흑자 사업이다.

스타링크는 이미 인프라 구축이 끝나고 규모의 경제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매출 규모도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23년 38억달러, 2024년 75억달러, 지난해 113억달러로 늘었다. 전체 저궤도 위성의 약 65%를 스페이스X가 자체 운용하고 있다. 신규 가입자 한 명을 늘릴 때 드는 비용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률은 38.5%에 달한다.

김현태 매니저는 “현재 스타링크 구독자 수는 매년 두 배 정도 증가하고 있지만, 북미 외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사용자당 수익은 감소하고 있다”며 “가파른 구독자 수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는지, 이에 따른 사용자당 수익 감소는 납득할 만한 수준인지가 주목할 숫자”라고 짚었다.

AI 부문은 전체 적자의 핵심 원인이다. AI 부문 매출은 32억달러이지만, 영업 적자는 두 배가 넘는 63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재작년 영업 적자 15억6000만달러에서 1년 새 네 배 가까이 늘었다.

AI 부문은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다. 해당 부문 자본지출(CAPEX)은 2023년 4.6억달러에서 지난해 127억달러로 27배 늘었다. 올해 1분기에만 77억달러를 지출했다.

김용철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AI 자본지출 확대에 따른 영업 적자는 지속할 전망”이라며 “AI 관련 수익성이 관한 코멘트는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 조정에도 성장 스토리는 여전… 국내 기업 중 주목하는 건 ‘공급망’

최근 주가 조정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글로벌 우주산업의 성장 궤도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태 매니저는 “최근의 주가 조정과는 별개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우주산업의 성장성은 아주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페이스X가 불과 7년 만에 인공위성 1만 대를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 2017년 시작된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꼽았다. 향후 스타십 개발과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우주 인프라 구축 속도가 앞으로도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매니저는 “스타십 상용화는 스타링크의 성장뿐 아니라 위성 이미지 수집·분석, 위성 제조, 위성 기반 방위체계 등 우주 기반 사업 전반의 성장 가속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스페이스X가 이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위성 10만대 규모의 차세대 통신망 구축 승인을 요청한 점도 이목을 끌고 있다.

김 매니저는 “현재 통신 용량 측면에서 해저 광케이블에 열위인 위성 통신망이 위성 수 증가로 이 격차를 좁히면 글로벌 통신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주시해야 할 이벤트로는 스타십의 상업 미션 성공과 완전 재사용 기술 확보, 그리고 중국의 재사용 로켓 상용화 경쟁이 꼽힌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우주 섹터에서 내년까지 주목하는 이벤트는 역시나 스타쉽의 상업 미션 및 완전 재사용 기술 확보 여부와 중국의 재사용 로켓 상용화 과정”이라며 “우주 공간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이벤트이며 이는 전반적인 우주산업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철 매니저는 좀 더 구체적인 숫자를 짚었다. 그는 “스페이스X가 제시한 로드맵을 실현하려면 스타십이 연간 약 186회(회당 50기 기준) 발사돼야 한다”며 “실현에 대한 불확실성은 존재하나 스타십 생산 및 발사 확대에 따른 방향성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런 성장 전망 속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순수 우주 기업이 아니라 ‘공급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현태 매니저는 “우주산업은 높은 기술 장벽을 갖고 있어 반도체 산업처럼 각 세부 영역별로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주도권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국내 기업의 경우 글로벌 우주 기업의 공급망에 속한 소재 및 부품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태양광 모듈, 위성 안테나 등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용철 매니저 역시 “스페이스X 공급망 밸류체인에 속한 국내 기업 중 우수한 기술력과 빠른 납기 경쟁력을 갖춘 곳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꾸준히 수주와 실적이 찍히는 기업들로, 변동성이 심한 우주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