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코퍼레이션은 최근 2년간 최대주주가 두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잇단 인수합병(M&A)과 관계사 자금거래를 거쳤고, 재무구조도 크게 악화됐다. 본지는 이 과정에서 이상석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과 회사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이어졌는지, 일련의 거래와 함께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재무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추적한다. [편집자주]
4년째 영업적자·현금창출력도 악화
3년째 이자보생배율 마이너스 지속
주가 하락에 유증 조달 규모도 변수
외부 조달 의존 고착, 본업 개선이 관건
▲사진=챗GPT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제품 매입을 위한 운영자금 확보에 나선다. 영업활동으로는 수년째 현금을 벌어들이지 못한 데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최근 주가가 예정 발행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실제 조달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204억435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잔액인수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주주 청약과 실권주 일반공모 이후에도 소화되지 않은 물량은 대표주관사인 SK증권이 전량 인수한다. SK증권은 모집총액의 1.8%를 인수수수료로 받고, 실제 잔액인수가 발생할 경우 인수금액의 15%를 실권수수료로 추가 수취한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조달 자금 전액을 제품 매입비용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회사는 게이밍 마우스와 키보드 등 로지텍 제품과 프리미엄 주방가전 등을 유통하는 커머스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런 유통업 특성상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재고를 상시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전환사채(CB) 상환 등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유출되면서 제품 매입에 필요한 운전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게 회사가 제시한 유상증자 배경이다.
계획한 규모만큼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사는 지난 5월 2대 1 주식병합에 따른 변경 절차로 약 한 달간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 정지 이전 주가는 4000원대였지만 재개 후 하한가를 맞았고,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5월 유상증자 계획이 공개된 이후 지분 희석 우려가 반영되며 주가가 약세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는 17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유상증자 예정 발행가인 2655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최종 발행가액은 신주 발행을 앞두고 다시 산정되는 만큼 주가 약세가 이어질 경우 실제 조달 금액도 당초 계획한 204억원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
주가 하락으로 강화된 상장유지요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일 기준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시가총액은 188억원으로, 지난달부터 200억원으로 상향된 코스닥 시가총액 유지 기준을 밑도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상장폐지 제도를 개편해 코스닥 상장사의 시가총액 기준을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였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재무건전성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26.25%, 차입금의존도는 53.04%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100~200%,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본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의 재무안정성과 차입 의존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경우 두 지표 모두 안정권을 크게 웃돌며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커진 상태다.
영업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2023년 -2.76배, 2024년 -2.07배, 2025년 -0.62배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이 배율이 3년 연속 1배를 밑도는 기업은 한계기업 또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하이퍼코퍼레이션 본업의 수익성은 수년째 부진하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022년 40억5800억원, 2023년 18억9400만원, 2024년 38억5400만원, 2025년 42억8200만원이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도 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2023년 -21억원, 2024년 -45억원, 2025년 -83억원, 올해 1분기 -30억원으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업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유상증자 추진 배경과 재무 현황 / CRAiSEE
회사도 정정신고 이전 제출한 지분증권신고서에서 재무 부담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영업적자가 지속될 경우 재무안정성이 더욱 악화돼 지속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외부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차입금 상환 요구나 만기 연장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실적에 따라 추가 자금 차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다만 해당 증권신고서는 현재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 요구를 받은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 5월 28일 하이퍼코퍼레이션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정정 요구는 증권신고서의 형식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중요 사항의 거짓 기재·누락 또는 기재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 이뤄진다.
최근 현금성 자산은 증가했지만 이는 외부 조달에 의한 결과물로 보인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3년 말 27억7800만원에서 2024년 말 76억3900만원, 지난해 말 182억26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28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현금이 늘어난 만큼 차입 부담도 커졌다. 실제로 단기차입금은 2024년 말 6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말 74억7900만원으로 급증했고,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CB도 2024년 138억8300만원에서 지난해 말 288억2200만원으로 늘었다. 올 1분기 말 현재 규모는 284억9000만원이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차입과 CB 발행 등 외부 조달에 의존해 유동성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외부 자금 조달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최근 5년간 CB 7차례와 유상증자 3차례 등 총 10차례에 걸쳐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 추진 중인 주주배정 유상증자까지 포함하면 11번째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지분증권서를 통해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투자활동이나 재무적 유동성 확보에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며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에도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지속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투자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영업과 투자에서 빠져나간 현금을 재무활동을 통해 메우는 외부 조달 의존 구조가 이어진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태는 최근 6년 중 4년이나 계속됐다. 이번 유상증자가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평가다.
한 IB 관계자는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벌어 차입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가 아니라 외부 조달을 통해 유동성을 유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결국 기업가치를 회복하려면 유상증자보다 본업의 수익성과 영업현금흐름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