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해상 봉쇄에 착수하며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과 이란의 두 번째 대면 회담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군의 대(對)이란 해상 봉쇄가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란을 오가는 선박의 항해가 제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 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다만 긴장 고조 속에서도 양측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국과 이란이 장기 휴전을 위한 추가 대면 협상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2주 휴전 만료 이전 회담 개최를 목표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재회동을 포함한 다양한 장소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합의한 휴전 기한은 21일까지다.
로이터통신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협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CNN 역시 양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는 상대편(이란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그들은 합의를 매우 간절하게 원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12일 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끈 JD 밴스 부통령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고 서로의 레드라인과 협상 방식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평가했다.
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양측이 합의에 매우 근접해 사실상 80%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현장에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쟁점에 막혀 최종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번 이슬라마바드 협상은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결렬됐다. 미국은 핵 문제와 해협 개방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란은 보다 포괄적인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간 긴장은 여전히 이어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 야욕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떤 합의도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해상 봉쇄 조치와 관련해 “어떤 국가도 세계를 협박하거나 갈취하도록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동참 국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밴스 부통령도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개방된 상태여야 한다”며 “이란이 협상 과정에서 기준을 바꾸려 했지만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미국이 해상 봉쇄를 강행할 경우 해협을 통과하는 군함을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양측이 2주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해협 일대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종전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이날 상승으로 이란 전쟁 이후의 하락폭을 모두 회복했다. 인베스팅닷컴 집계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고, MSCI 전세계지수(ACWI)는 14일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싱가포르 투자회사 사이프의 리테시 가네리왈 투자총괄은 “시장은 갈등 자체보다 평화로 가는 경로에 반응하고 있다”며 “이란 관련 협상 기대가 개선될 경우 시장의 초점은 다시 실적 성장과 인공지능(AI)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