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조 규모 펀드의 ‘삼전·하이닉스’ 몰빵…결과 보니 [머니+]

5조 규모 펀드의 ‘삼전·하이닉스’ 몰빵…결과 보니 [머니+]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등에 힘입어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반도체 관련 종목 비중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픽테자산운용이 운용하는 35억달러(약 5조1600억원) 규모의 다자산 펀드 ‘픽테 스트래티직 인컴 펀드(Pictet Strategic Income Fund)’는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선언된 지난달 초 이후 아시아와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주 비중을 약 65% 수준까지 거의 두 배로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현금성 자산의 최대 30%를 AI 인프라 및 저평가 종목에 투입했다.

그 결과 해당 펀드는 최근 한 달 동안 동종 펀드 가운데 약 9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1년간 수익률은 약 43%에 달했다.

펀드를 공동 운용하는 로레인 궈는 “AI 산업은 여전히 매우 강하고 장기적인 상승 사이클에 있다”며 “이는 아시아 공급망에 큰 수혜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미국 기술주를 선호하고 있다”며 “AI 모델과 반도체, 유통 채널까지 모두 갖춘 기업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펀드의 주요 투자 종목에는 올해 들어 주가가 약 190% 급등한 SK하이닉스와 138% 가량 오른 삼성전자가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약 3분의 2를 견인했다고 전했다.

이날 역시 삼성전자(6.33%)와 SK하이닉스(11.51%) 주가 급등에 힘입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32% 오른 7822.24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7800선에서 마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가 기준 ‘8천피’까지는 177.76포인트만 남겨두게 됐다.

픽테 스트래티직 인컴 펀드는 이 밖에도 알파벳, 애플, 엔비디아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 펀드는 기술주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 비중은 축소했다. 궈 공동 운용자는 “지난해부터 금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했고 일부 중국 금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투기적 움직임도 나타났다고 판단해 올해는 금에 투자하지 않았다”며 “분산 투자 자산으로서 금의 역할이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말했다.

픽테자산운용의 이같은 위험선호 확대는 최근 글로벌 투자심리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중동 전쟁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방어적 포지션을 줄이고 있는 데다, AI 공급망 기업들이 잇달아 공급 부족을 언급하자 자금이 AI 인프라 관련 종목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픽테자산운용의 다자산 부문 총괄이자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앤드 웡은 “우리는 공급망 병목의 변화를 추적하는 풀스택 방식으로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며 “컴퓨팅 성능도 중요하지만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AI 대장주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AI 공급망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제조업체 삼성전기와 반도체 기판 업체 일본 이비덴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