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원인 80~90%가 부정맥에 의해 발생
심방세동·심실세동, 방치하면 뇌졸중 등 위험
인공지능 이용 스마트 원격 모니터 감시 효과
유전성 부정맥, 가족력 있다면 정밀검사 필수
과로와 수면부족·알코올·카페인 등 주의해야
▲심전도 검사는 심장에 이상 박동이 생기는 부정맥을 진단하는 기본적인 검사이다. 사진=서울성모병원
50대 직장인 A씨는 30일 새벽, 잠이 부족하고 피곤한 상태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다가 극적인 골(득점) 장면에서 갑자기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가슴이 벌렁거리는 증세를 겪었다. A씨는 약 3년 전에 심장 박동이 ‘기외수축 부정맥’이라는 진단을 받고 관련 약물을 복용하며 흥분, 과로, 알코올, 카페인 등에 대해 특히 주의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준수하고 있다. 기외수축이란 심장 박동이 규칙적으로 불규칙한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심장박동이 계속해서 몇 번 뛰다가 1번은 매우 약하게 뛰어 감지가 잘 안되는 상태가 되풀이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32강전(16강 진출전)이 본격 진행되면서 잠을 제대로 못자고 경기를 보다가 흥분하는 경우 부정맥이 발생하거나 악화할 수 있으며, 불행하게도 돌연사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부정맥 분야의 권위자인 오용석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교수(순환기내과)의 도움말로 부정맥의 위험성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본다.
◇ 돌연사 원인 80~90%가 부정맥에 의해 발생
평소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 아니면 잠깐 어지러우면서 눈앞이 흐려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흔히 이런 증상을 “피곤해서 그렇겠지”하고 넘기기 일쑤다. 하지만 이것이 부정맥의 신호일 수 있으며, 무심코 지나쳤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는 경우까지 생긴다.
부정맥이란 심장이 너무 빨리, 너무 느리게, 또는 불규칙하게 뛰는 상태를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돌연사 원인의 80~90%가 부정맥에 의해 발생할 정도로 그 위협은 실질적이다. 다만 모든 부정맥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기외수축 같은 양성 부정맥은 별다른 치료 없이도 지낼 수 있지만, 심실세동이나 심방세동처럼 방치하면 뇌졸중이나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유전성 부정맥이다. 브루가다 증후군, 선천성 QT 연장 증후군, 카테콜아민 유발 다형성 심실빈맥 같은 질환은 심장에 구조적 이상이 없어도 유전자 변이만으로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젊은 사람이 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 중이나 수면 중에 갑자기 쓰러지는 사례 중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오 교수는 “직계 가족 중 40세 이전에 이유 없이 급사하거나 원인 불명의 실신을 반복한 사람이 있다면, 본인도 반드시 심장 전문의를 찾아 유전성 부정맥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시 유전자 검사까지 받아볼 것”을 권고했다.
▲부정맥 치료의 권위자인 오용석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심전도 검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 심전도 검사는 기본…24시간 이상 ‘홀터검사’ 필요
부정맥이 의심된다면 병원에서 심전도, 혈액검사, 심장초음파 세 가지 기본 검사부터 받는다.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 신호를 피부 전극으로 기록하는 핵심 검사로, 불과 몇 분이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혈액검사에서는 빈혈이나 갑상선 기능 이상처럼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을 함께 살핀다.
그런데 부정맥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특성이 있어 병원에 오면 멀쩡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생활심전도, 이른바 ‘홀터검사’이다. 24시간에서 길게는 7일까지 소형 기기를 부착하고 일상생활을 하며 연속적인 심전도를 기록해 부정맥의 빈도와 종류를 파악한다. 증상이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면 피부 아래에 삽입하는 소형 기록기로 수년간 모니터링을 할 수도 있다. 운동할 때만 증상이 생긴다면 운동부하검사, 진단이 어렵다면 전기생리학 검사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예기치 않은 심장 돌연사(심장마비, 심실세동) 치료의 가장 중요한 점은 ‘빠른 발견’이다. 뇌기능을 보호할 수 있는 골든 타임(15분 이내)에, 심폐소생이 시행되어, 이 시간내에 심장 제세동이 이루어 져야 환자는 뇌손상 없이 다시 일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심장마비 위험군이나 이상 증상이 있는 사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으로 인공지능(AI)를 이용한 심전도 원격 모니터 감시가 개발됐다. 가슴에 작은 심전도 측정기를 부착하거나,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액세서리(시계·반지·팔찌·발찌·안경테 등)를 착용하고 휴대폰의 앱을 실행하면 측정된 심전도 신호가 클라우드를 통해 모니터 센터로 전달된다.
이 심전도를 감시하여 심장 마비가 발생하면 즉시 119에 연락하여 문제를 알리고, 가족들에게 알려 심폐소생술을 지시하며, 최종적으로는 의사의 판단으로 응급조치가 결정된다면 환자를 골든 타임 내에 회복시킬 수 있는 핫라인이 되는 것이다. 다만 수많은 심전도 데이터를 모니터하고, 심장마비를 발견하는 방대한 작업은 AI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심전도 감시 사업은 이미 기술적으로는 거의 완성단계이나, 시행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 등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일반 사업자가 혼자 부담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큰 만큼, 이를 국가사업으로 지정하여 지역 단위별 심전도 모니터링 센터 운영 및 119 연계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서울성모병원 심장혈관병원 외래진료실에서 오용석 교수가 부정맥 치료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 항부정맥 약물·전극도자절제술 등 적극 치료해야
심장의 두근거림이 갑자기 시작됐다가 뚝 끊기는 느낌이 반복되거나,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눈앞이 캄캄해지는 증상, 혹은 이유 없이 갑자기 실신했다가 깨어나는 경험을 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는 심방세동이나 심실빈맥처럼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부정맥의 전형적인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만약 주변에서 누군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면 즉시 119에 연락하고, 전문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맥 치료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약물치료로 심장의 전기 신호를 조절하는 항부정맥제나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을 예방하는 항응고제를 처방한다. 다음으로 시술 치료인 ‘전극도자 절제술’은 혈관을 통해 심장 안에 가느다란 관을 넣어 부정맥을 일으키는 이상 전기 경로를 고주파 에너지로 차단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기기 삽입치료로, 서맥에는 인공심박조율기를, 유전성 부정맥을 포함해 돌연사 위험이 큰 경우에는 삽입형 제세동기(ICD)를 이식한다. ICD는 위험한 심장 리듬이 감지되는 순간 자동으로 전기 충격을 줘 정상 리듬을 되찾게 해주는, 말 그대로 ‘몸 속의 구급대원’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비만, 과음, 수면무호흡증은 모두 부정맥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심방세동 유병률은 급격히 증가하지만, 유전성 부정맥은 나이와 무관하게 청년층에서도 언제든 발생한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로 심전도를 측정하다 이상을 발견하고 내원하는 환자도 늘고 있지만, 기기 알림이 곧 진단은 아니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확인이 필요하다. 부정맥은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라고 느낄 때가 이미 진찰받을 타이밍이다. 오 교수는 “검사 한 번이 생명을 살릴 수 있으므로 심장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