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에어 사이드에서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KAS)의 램프 버스(좌측)와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터그 카가 지상 조업 중인 모습. 사진=각 사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다가오며 지상 조업 계열사 결합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둔 우량 기업 한국공항(KAS)은 부채와 적자에 빠진 아시아나에어포트를 인수함으로써 막대한 인건비 상승과 부채 상환이라는 무거운 청구서를 받아들 예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국공항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결 자산 총계는 5615억 원, 자본 총계는 4176억 원인 반면 부채 총계는 1440억 원에 그친다. 부채비율은 34.5% 수준으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 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은 존재하지 않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728억 원과 단기 금융 상품 120억 원 등 848억 원에 이르는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수익성 역시 우수한 편이다. 1분기 매출액은 1780억 원, 영업이익 197억 원을 기록해 11%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1분기 전체 매출 중 76.8%에 이르는 1368억 원을 대한항공과 진에어에서 거두고 있다는 한계점도 분명하다. 독자적인 생존력보다는 모기업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반면 피인수 기업인 아시아나에어포트엔 붉은 경고등이 켜져있다. 아시아나에어포트 2025년 감사 보고서 중 2024년 57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작년에는 원가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51억 원의 영업손실로 고꾸라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적자의 늪은 올해까지 이어진다.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제출한 올해 1분기 보고서 중 ‘사업 부문별 주요 재무 정보’를 보면 항공 운송 지원 서비스 부문에 속한 아시아나에어포트 등은 올 1분기에도 약 1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내고 있다.
재무 건전성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아시아나에어포트 재무 상태표상 부채는1007억 원, 자본은 651억 원으로 나타나있고, 이를 기반으로 계산한 부채비율은 154.77%다. 1년 전 89.68%에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핵심 원인은 자금난에 따른 고금리 리스 계약이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현금이 없어 고가의 조업 장비를 직접 사지 못하고 빌려 썼고, 이에 따라 리스 부채가 2024년 68억 원에서 2025년 310억 원으로 1년 만에 4.6배 급증했다. 불어난 이자 비용과 상각비 부담이 회사 수익성을 짓누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48억 원의 당기 순손실에도 실제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은 134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장부상 손실을 입었지만 회사 통장에는 134억 원이 쌓인다는 뜻이다. 영업 손실의 상당 부분이 94억 원에 달하는 감가상각비·무형자산 상각비, 137억 원 규모의 퇴직 급여 등 실제 현금이 당장 빠져나가지 않는 회계상 비용인 덕분이다. 이는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 자체가 무너지지는 않았음을 뜻하는 것으로, 한국공항이 부실만 떠안는 쪽이 아님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 지점에서 자본 재배치 시너지가 발생한다. 한국공항이 보유한 848억 원 규모 유동성으로 아시아나에어포트의 악성 리스 계약을 일시에 사들여 갚으면 손익 계산서를 갉아먹던 막대한 이자 비용과 상각비 부담이 즉각 사라진다. 더 나아가 같은 공항 안에서 양사가 분리 운영하던 고가의 토잉카나 하이 로더 등 조업 장비를 통합 운영하면 수백억 원대 중복 투자를 막고 장비 가동률을 극대화하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장부 구석구석에는 합병 초기 한국공항을 덮칠 요인들이 도사린다. 가장 큰 잠재 리스크는 텅 빈 퇴직금 곳간과 노무비 상향 평준화다. 아시아나에어포트 감사 보고서 중 ‘퇴직 급여 및 장기 종업원 급여’ 주석에 의하면 직원들에게 지급할 퇴직금 명목의 확정 급여 채무는 762억 원인데 외부에 쌓아둔 사외 적립 자산은 384억 원으로 적립률이 절반 수준이다. 모자란 순확정 급여 부채만 378억 원에 달해 1년 전 241억 원보다 56%나 치솟는 모습을 보인다.
물리적 결합 후 양사 노조가 통합 절차를 밟으면 급여와 복리후생 제도는 처우가 더 나은 한국공항 수준으로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한국공항 역시 올해 1분기 보고서 중 ‘우발 부채 등에 관한 사항’에 84억 원 규모의 전현직 임금 피크제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기재해 양사 모두 인건비 증가 위험을 떠안고 있다.
모기업들의 합병 과정에서 깎여나간 일감도 발목을 잡는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본부를 에어제타(구 에어인천)에 매각했고, 그 여파로 올해 1분기 화물 사업량이 전년 대비 74%나 급감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아시아나에어포트의 매출 타격과도 직결된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작년 회사 전체 매출 2550억 원 중 78%에 달하는 1989억 원이 아시아나항공과 그 종속 회사들에서 발생했다고 밝혀둔 바 있다. 취급할 항공기 수가 줄어들면 고정비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구조다.
한진그룹의 사세가 커져도 정부의 규제 사슬은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업 결합 시정 조치인 운임 인상 제한 규정 등을 어겼다는 명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행 강제금을 맞고 행정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지상 조업 시장에서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면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상회하는 과점 지위를 차지하지만 공정위의 깐깐한 감시망 탓에 외국 항공사나 저비용 항공사를 상대로 조업 단가를 쉽게 올리지 못하는 마진 축소 압박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