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주최, 기후에너지환경부·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민국 물에너지 산업 포럼 2026’에서 패널토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 이현진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으로 대규모 산업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물에너지 산업 육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물과 에너지를 합쳐서 세우는 기본법 제정과 시장제도 개선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에너지경제신문 주최, 기후에너지환경부·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민국 물에너지 산업 포럼 2026’에서 물에너지 성장 방안이 논의됐다.
▲황진택 제주대 명예교수(좌장)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물에너지 산업 포럼 2026’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유병욱 기자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융합하자”
황진택 제주대학교 명예교수(좌장)는 인공지능(AI) 시대와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으로 물과 에너지 문제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기관 시설과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물과 전력 문제는 더 이상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며 “1년 전 논의했던 에너지 이슈와 비교해도 지금은 토론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정세 불안과 지정학적 갈등, 전쟁, 경제 양극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지속가능성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며 “원전 확대와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공급 확대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도 수요 예측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공급 확대만 논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에너지 정책은 공급과 수요,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물에너지 산업 포럼 2026’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유병욱 기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 에너지 산업을 개별 기술이 아닌 하나의 산업군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통합 정책과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태양광과 풍력, 수력, 바이오에너지는 기술적으로 서로 연관성이 크지 않지만 하나의 ‘재생에너지’라는 정책 패키지 아래 묶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며 “기술적 요인보다 제도적 기반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와 관련 법률이 뒷받침되면서 정책 지원과 예산 확보가 가능했다”며 “물 에너지 역시 개별 기술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묶어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물 에너지 기본법’ 또는 ‘물 에너지 진흥법’과 같은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물 에너지를 하나의 산업군으로 인정하는 법률이 있어야 정부 지원과 예산 확보는 물론 지자체 사업 추진의 근거도 마련될 수 있다”며 “현재 물에너지 포럼도 단순한 사업 발굴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기본법 제정 등 법제화로 이어지는 방향을 지향해야 산업 육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물-에너지 넥서스’ 개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UN), 유럽연합(EU),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기구에서는 물과 에너지의 상호의존성을 하나의 체계로 보고 정책과 투자, 규제까지 함께 논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한 만큼 국제적인 흐름을 반영해 정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워터 포 에너지’뿐 아니라 물을 취수·이송·정수·재이용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비되는 ‘에너지 포 워터’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각각 운영되고 있지만 두 계획의 연계성은 크지 않다”며 “기후변화와 인구, 전력수요 등 기본 전제와 시나리오부터 일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물과 에너지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종합계획 체계로 발전시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창우 기후부 물이용정책과 사무관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물에너지 산업 포럼 2026’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유병욱 기자
김창우 기후부 물이용정책과 사무관은 물과 에너지를 연계한 융합 정책을 본격화하기 위해 올해 출범한 ‘물에너지 융합포럼’을 중심으로 기관 간 협업과 실증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과거에는 물과 에너지, 상수와 하수 등이 기관과 제도별로 분리돼 있어 함께 논의하기 어려웠다”며 “기후부 출범 이후 물과 에너지가 하나의 정책 체계 안으로 들어오면서 융합 과제를 추진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지난 2월 수자원공사와 한전 등 12개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물에너지 융합포럼을 출범시키고, 물과 에너지 분야를 연계한 12개 협력 과제를 발굴했다. 약 5개월간 기관별 실무 논의를 진행했으며, 전날에는 차관 주재 중간 워크숍을 열어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김 사무관은 “일부 과제는 이미 실증 단계에 들어갔다”며 “수도·전기 AMI(지능형 원격검침) 연계 사업은 9월까지 시범사업 성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최종 성과보고회에서 세부 로드맵과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관 간 협업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국내 발전소가 사용하는 물 기자재는 상당수가 수입품인데, 물산업클러스터의 국산 기자재 기업들과 발전사를 연결하는 상생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며 “또 한전의 해외 송전사업과 수자원공사의 댐·상수도 사업을 연계해 ‘원팀’ 형태로 해외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열에너지 확산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 사무관은 “프랑스 파리와 캐나다 토론토처럼 도시 단위로 수열을 냉난방에 활용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며 “현재는 히트펌프 국산화와 KS 인증, 한국지역난방공사와의 협력을 통한 지역난방 연계 모델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에너지 융합포럼은 올해 10월 1차 성과보고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앞으로도 새로운 융합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정책으로 연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수발전 등 유연성 자원에 적절한 보상 지속 검토 중”
▲김광철 한국전력거래소 전력시장운영처장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물에너지 산업 포럼 2026’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유병욱 기자
김광철 전력거래소 전력시장운영처장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양수발전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현재 전력시장의 보상체계가 석탄화력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양수발전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양수발전 보상체계는 기술 중립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석탄화력 발전기의 특성에 맞춰 운영되고 있다”며 “양수발전의 이용률과 발전 효율, 양수와 발전 간 요금 차이 등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2011년 양수발전이 화력발전에서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이관된 것도 양수발전을 단순한 상업용 발전원이 아니라 계통 유연성을 제공하는 자원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시대로 전환되는 만큼 유연성 자원으로서 양수발전의 가치를 다시 평가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현행 시장 보상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양수발전의 용량가치와 보조서비스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현재 보조서비스 시장 규모는 연간 약 460억원 수준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거래소도 양수발전과 같은 계통 유연성 자원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시장에서 적절한 보상을 부여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제도 개편 과정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상태양광과 수열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분산형 전력체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고 평가했다.
김 처장은 “수상태양광은 육상 태양광 개발 과정에서 제기되는 환경 훼손 논란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존 수력발전소의 송전 여유용량을 활용하는 교차송전 방식도 계통 포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상태양광을 데이터센터 등 지역 전력수요와 연계하려는 노력도 분산에너지 정책 방향과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수열에 대해서는 “재생열 공급 의무화가 필요하다면 경제성 확보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물의 온도 변화에 따른 안정적인 열 공급이 가능한지 등 기술적 검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준원 한전 전력시장처 전력거래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물에너지 산업 포럼 2026’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유병욱 기자
최준원 한전 전력시장처 전력거래실장은 양수발전이 발전량 비중은 크지 않지만 계통 안정성과 전력 공급 측면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높은 건설비와 제한된 입지, 경제성 확보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최 실장은 “양수발전은 ESS와 유사한 에너지저장 기능을 수행하지만 완전 정전 상태에서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블랙스타트’ 기능을 갖춘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는 국토가 좁아 입지 확보에 한계가 있고, 대규모 공사비가 투입되는 만큼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기존 양수발전도 가변속 운전 기술을 적용하면 ESS처럼 전력 수요에 맞춰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수발전의 가치는 단순한 발전량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양수발전은 발전 비중은 작지만 계통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력망을 지탱하는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가가치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실장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수력발전과 양수발전의 전력구입 비중은 각각 전체의 0.6%, 0.8%에 그쳤다. 구매량은 적지만 전력구입 단가는 평균보다 높았다. 수력발전은 킬로와트시(kWh)당 약 130원대, 양수발전은 190원대 수준으로 지난해 한전의 평균 전력구입단가인 133원을 웃돌았다.
그는 “발전량은 적지만 계통 안정에 기여하는 가치까지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