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언 우석대학교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기후위기의 심화,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 그리고 글로벌 탄소 무역 장벽이 격화되는 2026년 현재, 우리는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약속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시한을 불과 4년 남겨두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에너지경제신문을 통해 기획 연재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을 선보이게 되었다.
본 칼럼은 그동안 선언적 구호나 당위론적 담론에 머물기 쉬웠던 기후·에너지, SDGs, ESG 이슈를 한국의 현실적인 산업 현장과 전력계통, 그리고 지방자치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하여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되었다.
국제기구의 검증된 최신 데이터와 정밀한 진단을 바탕으로, “에너지 전환의 비용과 이익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라는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나아가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수단과 성과 평가지표의 전환을 제시한다.
전력망 병목과 RE100 대응부터 취약계층의 에너지 빈곤과 지역사회의 소외 문제까지, 복잡한 위기의 시대를 헤쳐 나갈 정밀하고 실행 가능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국제에너지기구(IEA), 유엔(UN) 통계국, 세계은행(WB), 세계보건기구(WHO) 등 5개 SDG 7 주관기관이 지난 6월 공동 발간한 ‘Tracking SDG 7: The Energy Progress Report 2026’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전력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한 비중은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이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발전설비가 증가했다고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발전할 수 있는 설비가 충분해도 전력계통의 수용력과 유연성이 부족하면 발전량을 줄이는 출력제어가 발생한다.
발전설비와 전력망이 함께 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목표는 숫자에 머문다. 한국 산업은 이미 이 문제와 맞닥뜨렸다. 정부가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무탄소전원 확대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038년까지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 23GW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계획보다 먼저 계통 제약이 현실화됐다. 호남에서는 계통포화로 일부 신규 발전설비의 접속이 제한되거나 향후 전력망 준공 이후로 미뤄지고 있다. 동해안에서는 대규모 발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핵심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돼 왔다.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전력 사용을 요구받는 한국 수출기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제한된 재생전력 공급과 높은 조달비용에 전력시장 제도와 계통 제약까지 겹쳐 RE100 이행 비용을 높이고 거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책의 성과를 재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발전사업 허가와 설비용량이 늘어도 제때 전력망에 연결되지 못하면 계통을 통해 공급되는 재생전력은 증가하지 않는다. 허가용량과 설비용량만으로 에너지 전환의 성과를 판단하는 착시를 깨야 한다. 이제 재생에너지 정책의 성과표를 실제 계통접속 용량과 발전량 중심으로 전환할 때다.
대규모 송전망 확충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따른다. 계통투자 비용은 결국 전기요금이나 한전 부채로 돌아올 수 있다. 송전선로를 늘리는 데만 의존하기보다 전력다소비 시설을 발전지역 인근으로 유도하고, 수도권의 수요관리를 강화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그렇다고 필수적인 계통 보강까지 미룰 수는 없다. 발전지역과 소비지역이 멀리 떨어진 기존 전력구조에서 수요 분산과 전력망 확충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망 투자를 주저하다가 기업의 재생전력 조달이 차질을 빚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그 지연 비용 또한 국민경제가 떠안게 된다.
정부는 이미 수립한 전력망 확충계획의 집행력을 높이고 접속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지역별 계통 여유용량, 접속 대기물량과 예상 접속시점을 표준화된 형식으로 정기 공개해야 한다. 계통포화 지역에는 장주기 ESS와 수요반응 자원을 우선 배치하고, 송전망 적기 준공을 위한 재원과 주민협의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성과는 발전설비의 총량이 아니라 신규 계통접속 용량, 평균 접속 대기기간과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량으로 검증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발전소에서 시작되지만, 전력망을 통과해야 비로소 산업과 일자리를 움직인다.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