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용 넘어 탈모 예방까지…아모레·LG생건, 모발에 꽂히다

미용 넘어 탈모 예방까지…아모레·LG생건, 모발에 꽂히다

▲정규상 아모레퍼시픽 R&I 센터 연구원이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세계모발학회(WCHR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국내 뷰티업계 양대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나란히 모발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스킨케어와 화장품 분야에서 쌓은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두피·헤어케어를 넘어 탈모 예방·치료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발 연구 학술대회 ‘세계모발학회(WCHR 2026)’에 참가해 모발의 생성 초기단계부터 모발의 품질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발표에서 모발의 건강이 모낭에서의 모발 형성 초기단계에 이미 결정되는 구조임 밝혔다. 모발이 손상된 이후 그제야 관리를 시작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모발 형성 단계에서부터 관리를 시작해 탈모를 예방하는 방식을 강조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R&I센터는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성영관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모발 구조 형성에 영향을 주는 핵심 인자를 규명했고, 이를 조절했을 때 모발 구조 형성에 변화가 나타나는 점도 확인했다.

이어 글로벌 원료 기업 크로다와 협업해 두피 구조에서 착안한 설계를 바탕으로 핵심 인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적의 펩타이드 원료 ‘GROW-PEP’를 개발했다. 이 성과는 아모레퍼시픽의 두피·탈모 전문케어 브랜드 려의 ‘루트젠’ 라인에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세계모발학회(WCHR 2026)’에서 LG생활건강 연구진이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같은 행사에서 ‘비(非) 스테로이드 여성형 탈모 증상 완화 기술’을 개발한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남성형 탈모 치료에 사용되는 남성호르몬 억제제 적용의 어려움, 에스트로겐 기반 호르몬 요법의 부작용 우려 및 제한적인 적용 범위 등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의 핵심은 비타민A 유래 비 스테로이드 물질을 활용해 여성호르몬 수용체인 ‘ERα'(에스트로겐 리셉터 알파)를 활성화하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해당 물질이 모낭 활성을 촉진하고 모발 성장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주로 ‘모유두세포’를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를 에스트로겐 수용체 활성화를 통해 모유두세포는 물론 모낭 줄기세포까지 함께 목표로 삼는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lG생활건강은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알렸다. 약 42만 개의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AI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모낭 관련 단백질과의 결합 가능성과 작용 방식을 도출했다.

또 AI 분석으로 발굴해 모발 두께 개선과 모낭 환경 개선을 목표로 개발 중인 신규 소재 ‘람시딜'(Rhamsydil)이 모발의 퇴행기 전환을 유도하는 인자인 DKK1(Dickkopf-1)의 발현을 감소시키는 결과도 얻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여성형 탈모 관리의 새로운 접근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LG AI연구원과 협력해 두피 노화 메커니즘 연구를 고도화하고 ‘스칼프 롱제비티(Scalp Longevity)’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두피·모발 케어 솔루션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제모발학회연맹(IFHRS)이 주최하고 대한모발학회(KHRS)가 주관한 이번 WCHR 2026은 로레알 등 화장품 기업 외에 유한양행, 화이자, 일라이릴리, 사노피 등 국내외 제약사들이 스폰서로 참여해 탈모 예방·치료제 분야에 대한 제약업계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실제로 JW중외제약은 모낭 줄기세포의 신호전달체계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기전의 탈모 치료 신약 후보물질인 ‘JW0061’에 대해 최근 미국 특허를 등록했고, KAIST 교원창업기업 폴리페놀팩토리는 탈모케어 삼푸 ‘그래비티’를 개발해 지난해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5)에서 주목을 받는 등 제약바이오업계의 탈모 예방·치료제 연구개발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편,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헤어·두피케어 시장에서는 두피를 피부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확산으로 스킨케어 기술과 헤어케어 기술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다. 화장품 업계가 축적해 온 스킨케어 기술이 두피·헤어케어 분야로 확대 적용되면 헤어·탈모케어 시장을 향한 서로 다른 업종간의 기술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백솔미 기자 bsm@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