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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 강자 위버스브레인, AI 기술 앞세워 ‘퀀텀점프’ 노린다

▲3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2027 테크데이’ 기자간담회에서 조세원 위버스브레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퇴근용이세요, 레저용이세요?”

전기자전거 구매를 고민하던 고객에게 인공지능(AI)이 먼저 말을 걸었다. 출퇴근 거리를 알려주자 지도 화면을 만들어 예상 소요 시간을 보여줬다. 적합한 배터리 용량을 추천하고 오르막길 주행 성능에 대한 질문에도 답했다.

고객이 가격을 부담스러워하자 이번에는 월 납부 금액을 하루 커피 한 잔 값과 비교했다. 할인 혜택까지 찾아줬다. 끝내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자 상담 신청을 제안했다. 이름과 연락처를 입력한 뒤 고객이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자 신청 내용이 담당자에게 전달됐다.

3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위버스브레인의 ‘2027 테크데이’ 기자간담회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구매 결정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영어 학습 서비스 ‘스피킹맥스’로 성장한 위버스브레인이 AI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데이터를 외부 기업에 공급하는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한다. 교육기업에서 산업 전반에 AI를 공급하는 기술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구상이다.

◇ ‘답변하는 AI’ 넘어 ‘행동 이끄는 AI’로 승부

위버스브레인이 이날 공개한 기술은 AI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맥스(AgentMAX)’다. 기존 AI가 사람의 질문에 답하거나 업무를 대신 처리했다면 에이전트맥스는 사람이 직접 행동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세원 위버스브레인 대표는 “기존 AI 에이전트는 사람의 일을 대신 처리하지만 공부, 구매 결정, 운동처럼 사람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며 “그러한 행동을 이끄는 것이 위버스브레인이 정의하는 AI 에이전트”라고 설명했다.

기술의 핵심은 행동 설계 엔진 ‘EDRA’다. 공감(Empathy), 진단(Diagnosis), 시선전환(Reframing), 목표 세분화(Action)의 네 단계로 구성된다. 상대방이 망설이는 이유를 파악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뒤 실천 가능한 행동을 권유하는 방식이다.

유명 강사가 학생의 학습 의욕을 높이거나 숙련된 판매원이 고객을 설득하는 과정을 AI로 구현한 셈이다. 위버스브레인은 AI의 답변 횟수보다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비율을 주요 성과 지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시연을 맡은 김민삼 위버스브레인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에이전트는 말로만 응대하지 않고 대화에 필요한 화면을 그 자리에서 만들고 웹페이지를 직접 움직여 고객의 결정을 돕는다”고 말했다.

위버스브레인이 사업 확장에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어학 교육 시장에서 축적한 데이터가 있다. 회사의 누적 회원은 123만명이다. 이들이 남긴 발화 문장은 6억8000만건에 달한다. 10년 이상 운영한 전화 상담·판매 조직에서도 고객의 반응과 구매 결정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교육과 판매는 다른 사업이지만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학습자가 공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기술을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위버스브레인에 따르면 어학 서비스 회원의 63%는 가입 3개월 이후에도 학습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학습자의 상황을 진단하고 작은 목표와 보상을 제시하는 방식이 학습 지속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음성 기술도 직접 확보했다. 발화 감지(VAD), 음성 인식(STT), 음성 합성(TTS) 등 음성 처리 전 과정을 자체 기술로 운영한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외부 AI 관련 비용을 91% 절감했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는 별도 AI 연구조직인 AI랩을 운영하며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교육 서비스에서 쌓은 경험을 다른 기업에 공급할 수 있는 기술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위버스브레인 로고.

◇ NE능률·SK텔레콤 등과 협력…AI 솔루션 공급 확대

위버스브레인의 다음 목표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이다. 기존에는 영어 학습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사업이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AI 기술 자체를 다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공급해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에이전트맥스는 이를 위한 기반이다. 교육용 ‘맥스튜터’, 판매용 ‘맥스세일즈’ 등 분야별 AI를 개발해 공급하는 구조다.

맥스튜터는 약속한 시간에 학습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공부를 유도한다. 관련 서비스는 누적 300여개 기업·기관에 도입됐다. 맥스세일즈는 고객의 구매 고민을 파악하고 상품 선택과 상담을 지원한다.

교육 이외 분야에서는 AI 안경 기업 ‘이븐 리얼리티스(Even Realities)’와 협력한다. 국내 AI 안경 판매에 맥스세일즈를 활용하기로 했다.

교육기업과의 협력도 이어진다. 위버스브레인은 지난 2일 NE능률과 업무협약을 맺고 AI 튜터 공급과 맞춤형 교육 서비스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SK텔레콤과는 공공 AI 에이전트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이 주도하는 ‘K-AI 얼라이언스’에도 합류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는 맞춤형 언어 튜터 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향후에는 차량 내부 정보·오락 시스템과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기기를 직접 생산하기보다 제조사의 제품에 AI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위버스브레인은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수익 기반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매출 415억원, 영업이익 32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5년 연속 흑자다.

기존 교육 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토대로 AI 솔루션 사업을 확대할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AI 기술을 외부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이 본격화하면 교육 서비스 중심의 매출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관건은 상용화 성과다. 교육 분야에서 효과를 보인 기술이 유통·판매 등 다른 산업에서도 통할지 입증해야 한다. 기업들과의 협력을 실제 공급 계약과 매출로 연결하는 것도 과제다.

조 대표는 “AI가 모든 일을 대신해 주는 시대에도 사람이 직접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며 “사람이 그 일을 끝내 해낼 수 있도록 AI 기술로 돕겠다”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