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 대책 가장 큰 걸림돌은 기재부…끝까지 설득할 것”

“저출생 대책 가장 큰 걸림돌은 기재부…끝까지 설득할 것”

저출산고령사회委 , 9월 인구전략위로 확대 개편…컨트롤타워 격상

中企 근로자 결혼의향 42.9% 불과…출산계획 ‘없다’ 51% 달해

현장선 “좋은 제도 있어도 그림의 떡”…맞춤형 돌봄 바우처 건의

김진오 부위원장 “기재부, 저출생 대책 걸림돌…끝까지 설득할 것”

▲22일 서울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김진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앞줄 왼쪽 여덟번째)과 김기문 중앙회장(앞줄 왼쪽에서 아홉번째),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오는 9월 인구전략위원회로 확대 개편되는 가운데, 김진오 저고위 부위원장이 저출생 대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기획재정부를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저고위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중기중앙회와 공동 주최한 이 간담회에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대한여한의사회, 한국아이돌봄협회 등 여성 경제·전문직 단체장과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 간담회에서 “기자로 출발해 정부에 들어와 두 달여 일해 보니 가장 높은 장벽이 기획재정부였다”며 “세제실과 예산실은 도무지 어떤 말도 먹히지 않는 곳”이라고 말해 기재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CBS 사장을 지낸 김 부위원장은 “인구전략위의 뒷배는 언론”이라고 말해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계란으로 바위를 계속 치다 보면 언젠가 바위에 피가 맺힌다. 끝까지 (기재부에) 전달하고 설득하겠다”고 했다.

작심발언으로 기재부에 경각심을 준 김 부위원장은 오는 9월 출범하는 인구전략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비전도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인구전략위원회가 저출생 문제의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라며 △정책·예산 지원 △법·제도 개선 △대국민 인식 개선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 함께”라는 구호를 강조하며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인식 개선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중기중앙회 조사에서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결혼·출산 기피가 뚜렷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2~8일 근로자 300명과 소기업·소상공인 대표 300명 등 6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출산·육아 인식 조사’에 따르면, 미혼 근로자의 결혼 의향은 42.9%에 그쳤다. 2024년 정부의 ‘가족과 출산 조사'(64.6%)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추가 자녀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근로자 51.0%, 대표자 50.7%로 절반을 넘었고, 근로자 가운데 ‘있다’는 응답은 23.3%에 불과했다.

일·가정 양립의 격차도 컸다. ‘대기업·공공기관보다 일·가정 양립이 어렵다’는 응답이 근로자 85%, 대표자 81.7%에 달했다. 격차의 원인으로 근로자는 ‘제도를 쓰기 어려운 직장 문화'(63.5%)를, 대표자는 ‘사업장 운영 공백'(72.7%)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발표를 맡은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결국 인력 공백과 운영 부담이 중소기업의 제도 활용을 가로막는 핵심 장벽”이라며 “경제적 지원과 함께 시간 보장, 돌봄, 대체인력 지원 등 다층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제도는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호소가 잇따랐다. 직원의 육아휴직 공백을 메울 정부 대체인력 지원기관인 ‘인재채움뱅크’가 전국 5곳뿐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김기문 회장도 “5개로는 턱없이 부족해 유연근무가 활성화되지 못한다”고 했다.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여성 창업가에게는 법적 육아휴직조차 없고, 창업 지원이 7년 미만에 집중되다 보니 임신·출산기와 겹쳐 대출 만기 연장이나 정책자금 신청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며 출산·육아 기간을 창업 기간에 산입하는 제도를 건의했다.

돌봄 공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정지예 한국아이돌봄협회장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모두 오후 3~4시에 끝나는데 부모는 7~8시에 퇴근해,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모든 아이가 동시에 돌봄 공백에 놓인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 대기 기간이 전국 평균 40일, 수도권은 1년에 이르고, 올해 4월 시작된 민간 아이돌봄 등록제는 두 달이 지나도록 등록 업체가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정부가 비용을 분담하는 ‘중소기업 맞춤형 아이돌봄 바우처’ 도입을 제안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오늘 나온 건의를 중앙회가 취합해 정부에 전달하겠다”며 “하반기에도 토론회 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여기서 나온 제안을 각 부처와 협의하고, 전략적 사안은 정책실장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