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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형부하 전용 요금제’ 뭐길래…K-초고압변압기 몸값 더 뛰나

▲미국 대형부하 전용 요금제 승인 및 심사 현황. 그래픽=박주성 기자

미국이 현지 전력업계의 전력망 교체·증설 투자 부담을 핵심 전력 수요처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등 대형부하 업체에 귀속하는 정책적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책적 요인으로 현지 전력업계의 인프라 투자 회수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만큼 이들의 설비 발주를 촉진할 환경이 갖춰진다는 점에서 초고압 전력기기 시장의 생산 슬롯 확보 경쟁이 심화하는 한편, 국내 전력기기 업계의 북미향(向) 수주 여건도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AI DC 구축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은 최근 주 정부를 중심으로 ‘대형부하 전용 요금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미국 에디슨 전기협회(EEI)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최소 24개 주 정부에서 현지 전력업체가 제출한 대형부하 전용 요금제를 1개 이상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규 요금제를 검토 중인 6개 주를 포함하면 전국 50개 주 가운데 60%가 대형부하 요금제 도입에 나선 셈이다.

AI DC 열풍이 본격화한 지난해 각 주에서 관련 제도 도입 시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올해 다수 주에서 제도 도입을 승인하면서 내년부터 미국 각지에서 신규 요금제가 전격 시행될 예정이다.

대형부하 전용 요금제는 단일시설 기준 전력수요가 수십~수백메가와트(MW)에 이르는 데이터센터 등 대형 전력수요처에 일반 고객과 구분되는 별도의 요금·계약 조건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현지 전력업체의 투자비 회수 불확실성을 낮추고 관련 비용이 일반 전력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각 주별 제도의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으나 장기계약과 최소청구수요, 중도해지 수수료, 담보 제공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계통연계에 필요한 전력인프라 설비 투자비와 사업 취소·축소에 따른 비용 부담이 궁극적으로 데이터센터 등 대형부하 업체에게 귀속되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추진 중인 ‘대형부하 접속 규칙’ 개정 작업을 통해서다.

해당 개정은 대형부하 시설의 전력망 접속 절차를 효율화하면서도 이에 따른 비용과 리스크를 각 계에 적절히 분배하자는 취지로,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각각 전용 요금제·접속 규칙 개정을 통해 대형부하 시설이 계통연계에 필요한 전력인프라 투자비용의 적정 몫을 부담하도록 제도적 보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해당 제도가 설비 발주 주체인 현지 전력업체의 투자 회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AI DC를 비롯한 대형부하 시설 프로젝트가 지속 추진되면서, 미국에선 그간 ‘쇼핑 어라운드’ 현상이 전력인프라 설비 투자의 신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대형부하 시설 업체들이 계통 접속이 가장 빠르고 비용이 저렴한 지역을 찾기 위해 다수의 전력업체에 접속을 신청하고, 이로 인해 전력업체의 부하 전망이 허수로 부풀려져 설비 투자비용 회수 불확실성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용 요금제 도입과 접속 규칙 개정을 통해 전력망 교체·증설 투자 부담을 대형부하 시설 업체에 귀속시킴으로써 설비 발주 주체인 전력업체의 투자 불확실성이 상당 수준 완화되는 방향으로 정책적 환경이 조성되고, 이로 인해 이들 전력업체의 신규 전력인프라 발주 확대를 촉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생산 슬롯이 부족한 초고압변압기 등 고부가 설비를 중심으로는 수요 증가에 따른 선별 수주 여건 강화 등 공급자 우위 구도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외신 등에 따르면 현지 초고압변압기 리드타임(수주→납품)은 3~4년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대형부하 접속 규칙 개정이 현실화하는 경우, 미국 유틸리티는 자본투자비 부담과 심사기간 축소, 가수요 배정 슬롯의 확정 수요 전환 가속화 등으로 고압·초고압변압기와 차단기의 계약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지 공급 부족 등을 감안하면 빠른 전력 공급을 원하면서 자금력이 풍부한 AI DC를 중심으로 프리미엄을 지불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현지에서 초고압변압기 등 전력기기 중심의 공급자 우위 구도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는 까닭으로,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등 국내 업체의 북미권 중심 고부가 선별수주 전략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여유 생산 슬롯을 확보하기 위한 현지 생산능력 확대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각각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변압기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50% 확대하기 위해 내년 4월 완료를 목표로 앨라배마 제2공장 신축을, 효성중공업은 현지 최대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2028년 완료를 목표로 맴피스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현지 수요가 높고 제도 시행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만큼 당장 수주에 추가적인 프리미엄이 반영되지는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호적인 수주 환경이 지속적으로 갖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