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 동부 롄윈강시에 위치한 철강 주조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철강 과잉공급의 발원지인 중국에서 생산량 감축이 공식화되면서 국내 철강사들이 ‘수익 악화 늪’에서 벗어날 호기로 삼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의 생산 능력이 줄면 공급 과잉이 완화되는데다 최근 글로벌 수요 상승도 이어지고 있어 철강업계의 전반적인 반등 조짐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철강업 위축 요인으로 꼽힌 미국의 고율 품목관세 악조건에도 국내 철강사들의 대미 수출이 회복하는 움직임도 가세하고 있어 반등 모멘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EU)의 철강 무관세 수입쿼터 축소와 50% 관세 부과는 이같은 긍정적 흐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는 지난달 29일자로 자국 철강산업 생산설비 교체 시행조치 내용을 개정했다. 생산설비를 교체할 때 생산능력을 최소한 3분의1 줄이고, 합병·구조조정으로 생산설비를 합치는 경우 5분의 1을 감축하도록 비율을 규정했다. 이 밖에도 생산설비 고도화와 고급·친환경 강재 개발 지원 같은 내용이 담겼다.
중국에서 철강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는 언급은 몇 년 전부터 나왔지만 실행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철강업계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감축 지침이 나오면서 이전보다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들어 철강산업의 생산량이 줄어들기도 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이 3억3110만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4.1% 감소했다. 지난해 9억6080만톤으로 전년보다 4.4% 줄어든 데 이어 감소세가 유지된 것이다. 전 세계 조강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반을 넘기는 만큼 전체 생산량 감소를 이끌었다.
철강 완성품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올해 9억4010만톤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 수요는 7억8410만톤으로 1.5% 줄지만,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수요로 감소세가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철강 생산량 축소와는 달리 지난해부터 철강 품목관세 50%를 부과해 무역장벽을 높인 미국시장에서 국내 철강제품의 수출은 늘고 있어 국내 철강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을 밝게 해 주고 있다.
지난해 철강제품 수출량은 약 264만톤으로 직전 해보다 10.3% 줄었지만, 올해 1~4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52.0% 많은 146만톤을 수출했다. 주요 수출품인 강판류의 수출량은 47만톤으로 14.8% 많아졌고, 범용 소재가 대부분인 선재·봉강·철근류도 39만톤으로 1345% 증가했다. 이는 관세를 부과해도 한국산 철강을 구매했을 때 가격뿐 아니라 품질과 쓰임새 측면에서 이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됐다.
미국 철강업체들도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제조원가를 고려해 가격을 매기지 못했기 때문에 철강 품목관세 부과 이후 이에 맞춰 가격을 올렸다. 이에 더해 인공지능(AI) 산업이 발달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제반 시설 구축에 쓸 봉형 강재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수출 구조 고부가화에 더해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 힘입어 산업 고도화 지원도 본격화를 앞두고 있다. K-스틸법은 자동차나 조선 등 전방 제조업의 공급망을 뒷받침하는 철강사들의 기술 경쟁력과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법적 토대 역할을 맡는다.
국내 철강업계 반등 기회의 마지막 변수는 EU의 철강 무역장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의회는 오는 7월 철강 무관세 수입 쿼터(할당량)를 반으로 줄이고 쿼터 이외의 물량에 관세 50%를 부과하겠다는 EU 집행부의 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6월에 국가별로 쿼터를 얼마나 줄일지 확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EU는 자동차 제조업에 필요한 고품질 강판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공급하는 중요 시장으로 꼽힌다. 무관세 쿼터가 줄면 그만큼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