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소비자 신뢰 갉아먹는 테슬라의 ‘가격 상술’

[기자의 눈] 소비자 신뢰 갉아먹는 테슬라의 ‘가격 상술’

▲산업부 박지성 기자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던 테슬라가 국내 소비자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잦은 가격 인상과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되풀이하면서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보다 ‘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테슬라는 일부 모델 가격을 기습인상했다. 지난 10일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와 모델3 등의 가격을 400만~500만원가량 올렸다. 특히 모델Y 롱레인지(YL)는 사전예약을 진행한 지 일주일만인 지난 3일 홈페이지에 가격 인상을 공개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안겼다.

앞서 올해 초에 주요 모델 가격을 300만원에서 최대 940만원까지 인하하는 등 가격 정책의 변동성을 스스로 키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가격 조정 자체보다 그 방식이다. 인상 시점과 기준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기습적으로 가격이 바뀌는 일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테슬라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가 순식간에 ‘더 비싸게 산 사람’, 또는 ‘더 싸게 산 사람’이 돼 버리는 상황이 국내에선 더이상 낯설지 않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 구매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기본적인 판단조차 어려워진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고가 소비재다. 구매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격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는 필수 요소다. 그러나 테슬라는 이러한 기본을 무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테슬라의 가격 정책이 단순한 시장 대응을 넘어 소비자를 ‘실험 대상’처럼 대하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수요에 따라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한다는 명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감내해야 할 불확실성은 과도한 수준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 체감이 증폭되고 있다. 보조금 정책, 환율, 물류비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격 변동까지 예측하기 어려워지며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테슬라식 가격 전략’으로 평가한다. 온라인 판매 중심 구조와 직영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격을 신속하게 조정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테슬라 전략이 모든 시장에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 안정성과 중고차 가치까지 중요하게 고려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다.

브랜드 신뢰는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반복되는 작은 불신이 쌓이면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흔들릴 수 있다. 지금 테슬라가 놓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신뢰’일지도 모른다.

전기차 시장은 이미 선택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기술 격차 역시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가르는 것은 가격과 신뢰, 그리고 전반적인 소비 경험이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기업의 자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기업이 떠안게 될 것이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