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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져도 돌아가는 피지컬 AI 공장”…‘다크 팩토리’ 시대 열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년부터 중소 제조기업의 공장 전체를 피지컬 AI에 맞게 재설계하는 실증에 나선다. 기존 개별 공정·소프트웨어·장비 단위 지원에서 벗어나 수작업 공정과 위험·유해 공정까지 포함해 공장 단위 전환을 추진한다.

현대자동차는 로봇을 제조 현장에 투입해 실제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로봇 학습·검증 체계를 구축한다. 이후 현대차 공장을 시작으로 1·2·3차 협력사까지 로봇 적용을 확대하고, 24시간 가동되는 ‘다크팩토리’ 구현을 추진한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AI 시대, 제조강국 대한민국 기회와 과제는’ 세미나 참석자들. 사진=박서현 기자

◇ 로봇도, 공장도 판매하는 나라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AI 시대, 제조강국 대한민국 기회와 과제는’ 세미나에서 개별 로봇을 넘어 공장 전체를 하나의 피지컬 AI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이 피지컬 AI 시대에도 제조 경쟁력을 이어가려면 로봇과 센서, 제어 시스템 등을 따로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합한 무인·자율 제조공장 자체를 수출하는 산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대량생산, CAD·CAM, 린(Lean) 생산, 스마트팩토리를 거쳐 자율·무인 제조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지컬 AI를 활용해 공장 자체가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5세대 제조’로 전환하고, 이를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핵심은 로봇 한 대나 자동화 장비가 아니라 로봇·센서·액추에이터·제조실행시스템(MES)·데이터를 하나로 묶는 통합 제조 플랫폼이다. 장 교수는 “공장 하나를 거대한 로봇으로 보고 무인 공장, 자율 공장 그 체계 자체를 수출하자”고 말했다. 또 “고객 입장에서는 로봇 따로 MES 따로 센서 따로가 아니라 공장 전체를 통합 구축할 수 있는 산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제조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사례로 KAIROS를 소개했다. 여러 로봇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면서 센서와 제어, 데이터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개별 로봇의 성능을 높이는 것보다 공장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장 교수는 “카이로스는 생산과 물류를 AI로 엮어서 지능적인 판단을 유기적으로 하고 모든 설비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 데이터가 아니라 맥락을 읽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데이터를 모으려면 액추에이터·센서·통신 장비가 표준화된 체계 안에서 연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중국 1만대 vs 한국은 200대도 안 돼”

업계에서는 피지컬 AI를 실제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투입하고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자율주행과 제조 현장에서 중국과의 규모 차이가 이미 크게 벌어진 만큼 정부가 실증 규모를 키우고 기업이 상용화까지 이어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국내 자율주행 산업이 2016년부터 기술 개발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실제 운행된 자율주행차는 200대에도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차량도 524대에 그친다. 반면 웨이모는 약 3900대, 미국 전체는 약 6000대, 중국은 약 1만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상무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자율주행 차를 운행하고 있는데도 총 100대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규모는 사실 해외에 나가면 부끄러운 수치다”라며 “중국은 약 1만대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는 100대도 안 되는 차량을 가지고 이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차량 숫자를 늘리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자율주행차 한 대가 도로에서 돈을 받고 승객을 태웠다고 산업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며 “기업이 차량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운영해 매출을 만들고, 그 매출로 다시 차량과 기술에 투자하고, 부품기업과 제조기업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산업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제조 현장을 피지컬 AI의 학습장으로 삼아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다크팩토리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호득 현대차 상무는 “24시간 동안 7일을 풀로 돌리는 공장, 즉 다크팩토리의 의미는 불이 꺼진 상태에서도 공장은 계속 돈다는 의미”라면서 “로봇의 훈련과 연관된 고품질의 제조 환경 실증 데이터들을 획득하고 저장, 가공, 학습하는 체계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금 다양한 기능들을 구축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도화된 지능화 로봇을 초기에는 현대차 내부 공장, 한 발 더 나아가서는 1·2·3차 협력사에 투입할 계획이다”라며 “무인화된 공장을 순차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가 보는 사업의 종착점도 로봇 판매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와 공장 시스템이다. 송 상무는 “로봇의 디바이스만 팔아서는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없다”며 “로봇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데이터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자체를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까지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뒷받침할 정부 역할로는 기업별 지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통합 전략이 요구됐다. 송 상무는 “파편화되어 있는 국내 피지컬 AI의 로봇 산업 전략에 국가 주도로 전환하는 시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 주도로 통합된 컨트롤타워 전략이 기본 프레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중기부 “스마트공장 3만8000건”

정부는 기존 스마트공장 보급을 넘어 중소 제조기업의 공장 전체를 피지컬 AI 기반으로 전환하는 실증에 나선다. 그동안 개별 공정이나 장비 중심으로 이뤄졌던 지원 방식을 확대해 수작업과 위험·유해 공정까지 포함한 제조 현장 전반의 변화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김민수 중소벤처기업부 제조혁신과장은 “그간 스마트공장 확산 사업을 통해 3만8000여건의 스마트공장을 공급하면서 기본적인 자동화나 정보화를 통해 피지컬 AI에 대한 기초 체력은 어느 정도 확보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공장 전체를 피지컬 AI에 맞게 새롭게 설계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기 위해 수작업 공정과 위험·유해 공정 등을 피지컬 AI로 전환하는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기존 사업도 피지컬 AI 확산의 기반으로 활용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부터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정부가 자금을 매칭하는 방식의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해 1000곳 이상의 기업을 지원해왔다. 김 과장은 “이제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피지컬 AI를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면서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협력 중소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