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연합뉴스
현대모비스가 본격적인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두고 로봇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기존 차량부품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 공급망으로 역할을 강화해 피지컬 AI 시대 핵심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적용될 핵심부품의 공급을 맡기로 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아틀라스 양산 시점에 맞춰 핵심부품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아틀라스 핵심부품 공급은 현대모비스가 로봇 분야에서 1호 고객사를 확보한 사례로, 미래성장 비전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한다.
◇ 2028년까지 年 3만대 휴머노이드 생산체계 구축…현대차·기아에 투입
이번에 보스턴다이내믹스에 공급할 액추에이터는 제어기로부터 신호를 받아 동작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구동장치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부품으로 꼽히는 만큼 현대모비스의 수익성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모비스의 액추에이터 사업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로봇 핵심부품 생산시설 구축 계획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연간 35만개 이상의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해 오는 2028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1대당 평균 14개 안팎이 탑재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연간 약 2만5000대 규모의 아틀라스 생산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 공급뿐 아니라 미국 현지 생산시설 운영까지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현대차·기아 생산 현장에 2만5000대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아틀라스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부품 분류 작업에 투입되고, 오는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 공정까지 담당하는 등 역할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향후에는 인도 푸네 공장과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등 신규 생산 거점에도 스마트공장 기술(SDF)이 적용되면서 휴머노이드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제조 현장의 로봇 도입이 확대되면서 관련 부품 수요 역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역할은 액추에이터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액추에이터를 비롯해 핸드그리퍼, 헤드 모듈 등 아틀라스에 적용되는 핵심 부품 6종의 양산을 현대모비스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 내부에서도 로봇 사업 확대를 위한 조직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로봇 부품 연구개발(R&D)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개발이 진행 중이며 양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성 검토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미래 로봇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액추에이터를 시작으로 핸드그리퍼, 센서, 제어기, 배터리팩 등 로봇 핵심 부품으로 연구개발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휴머노이드 부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로봇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 “글로벌 로봇시장 2040년 800조원·현대모비스 로봇부품 매출 2조원 이상” 전망
현대모비스 ‘피지컬 AI’ 핵심기업 전환 주요사업 및 비전
▲정리=생성형 인공 지능(AI) 챗GPT
시장 성장성도 현대모비스가 로봇 사업 확대에 나서는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조사기관들에 따르면, 현재 약 7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17% 안팎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오는 2040년 약 8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가 역시 현대모비스의 로봇 사업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판매량이 2030년 연간 5만대 수준에 이를 경우 현대모비스의 로봇 액추에이터 매출이 2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 제시한 2030년 로봇 액추에이터 매출 2조원은 2025년 현대모비스 연간 매출의 약 3.3%에 해당한다. 단일 신사업 품목이 현재 회사 전체 매출의 3%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공급 품목이 확대될 경우 로봇 사업의 매출 기여도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가 미래차를 넘어 로봇 산업의 핵심 공급망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전동화 과정에서 축적한 모터·배터리·전자제어 기술이 로봇 산업과 높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기술적 접점도 적지 않다. 차량 조향 시스템에 쓰이는 액추에이터와 로봇 관절 구동부는 모두 정밀 구동 제어 기술을 필요로 한다. 전기차 구동장치에 적용되는 모터와 인버터, 감속기 설계 역량 역시 로봇 구동 부품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차량용 카메라와 라이다, 제어기 기술은 로봇의 센서 및 인지 시스템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자동차 부품과 로봇 부품 간 기술적 경계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과 로봇, AI를 연결하는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현대모비스의 역할과 기업가치 역시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현대모비스도 자동차 부품사를 넘어 로봇 핵심부품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현대차그룹의 로봇 양산화를 지원하고 원가와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로봇 부품 시장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센서와 제어기, 배터리팩 등 핵심 부품으로 연구개발 범위를 확대하고 다양한 실증 기회를 확보해 시장 요구에 부합하는 로보틱스 핵심 부품 포트폴리오를 조기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