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한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임원진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그룹 AG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그룹 AG 이사회 멤버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개발&구매 총괄, 마티아스 가이젠 메르세데스-벤츠그룹 AG 이사회 멤버 겸 세일즈&고객 경험 총괄이사. 사진=박지성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에서 전기차 전략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연료기관 완성차의 위상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전기차 등 전동화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이른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을 명료하게 재확인시켜주는 청사진이었다.
20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서울에서 글로벌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전동화 전략과 배터리 공급망, 소프트웨어 경쟁력 등을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그룹 AG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그룹 AG 이사회 멤버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개발&구매 총괄, 마티아스 가이젠 메르세데스-벤츠그룹 AG 이사회 멤버 겸 세일즈&고객 경험 총괄,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 등이 대거 참석해 전동화 모델의 선행시장으로서 한국이 갖는 전략적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현재 벤츠 역사상 가장 많은 신차를 출시하는 계획을 실행 중”이라며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약 40개의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전동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30년까지 모든 주요 세그먼트에서 전동화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전동화는 이미 가속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다만, 벤츠의 전동화 전략이 국가별로 차별화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칼레니우스 CEO는 “150개국 이상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동일한 속도로 전동화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각 시장의 인프라와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고효율 내연기관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병행하는 전략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한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됐다. 칼레니우스 CEO는 “한국은 글로벌 5위 규모의 핵심 시장이자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고객이 많은 곳”이라며 “혁신과 브랜드 전통을 동시에 중시하는 고객 특성이 벤츠와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배터리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특정 기업 의존도를 낮추는 ‘멀티 벤더 전략’이 확인됐다. 요르그 부르저 CTO는 “배터리는 개별 차량이 아니라 전체 플랫폼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유럽, 한국 등 다양한 지역의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SDI와의 신규 협력 체결도 공개됐다. 요르그 부르저 CTO는 “지난 1월 삼성SDI와 논의를 시작해 이번에 계약으로 이어졌다”며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벤츠는 삼성SDI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에 적용될 하이니켈 배터리 공급을 위한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한층 강화했다. 이 배터리는 삼성SDI의 독자 기술로 개발된 안전성 솔루션도 적용된다.
벤츠는 삼성SDI로부터 공급받는 배터리를 향후 출시될 중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쿠페 모델에 탑재해 차세대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벤츠는 삼성SDI와 향후 차세대 배터리 선행 개발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동시에 LG그룹과의 협력도 배터리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르그 부르저 CTO는 “LG는 배터리와 더불어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핵심 장치인 MBUX 하이퍼스크린 공급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기술 전환에 대한 대응 전략이 제시됐다. 마티아스 가이젠 총괄은 “벤츠는 엔비디아와 협력한 ‘알파마요’ 기반 시스템을 통해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할 계획”이라며 “한국 도입 시점은 규제 승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기존 차량 제어 소프트웨어 위에 엔드투엔드(End-to-End) 인공지능(AI) 학습 구조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도 빠른 학습과 대응이 가능하며 기존 레이어가 백업 역할을 수행해 안전성도 확보한다. 마티아스 가이젠 총괄은 “서울과 같은 고밀도 도시에서 특히 효과적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계의 패러다임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회라는 입장을 내놨다. 요르그 부르저 CTO는 “벤츠는 140년 역사 속에서 축적한 안전성, 품질, 디자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여기에 디지털 기술이 결합되면 더 큰 경쟁력이 된다”고 말했다.
과거 ‘우아함’에서 ‘화려함’으로 이동하고 있는 디자인 변화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강화되고 있지만 브랜드 고유의 우아함과 비율, 디테일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125년 전 모델과 현재 차량을 비교해도 동일한 DNA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