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진공, “공급과잉 우려…운임·선가 하락 불가피”

해진공, “공급과잉 우려…운임·선가 하락 불가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선박. 사진 = 연합뉴스.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비롯된 글로벌 해운 시장의 시황 강세가 내년을 기점으로 점진적인 하락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됐다. 대규모 신규 선박 인도가 본격화하면서 발생하는 글로벌 선복 공급과잉이 중장기적 운임·선가 하방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영국의 해운·조선 분석기관(MSI)의 데이터를 토대로 발간한 ‘2026년 2분기 시황보고서 요약본’에 따르면, 건화물선·유조선·컨테이너선 등 3대 주력 선종의 용선료는 올해부터 오는 2029년까지 일제히 우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됐다.

◇ 유조선 운임 ‘역사적 고점’…VLCC 공급과잉 온다

유조선은 3대 선종 가운데 가장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3월부터 지속되는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항로 봉쇄의 영향으로 용선료는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고점 대비 30~60%대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실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기준 연간 평균 용선료(전망치)는 올해 하루당 9만7400달러로, 지난해 5만1300달러 대비 89.9% 증가한 것으로 추측됐다. 수에즈막스급을 비롯해 LR2급, MR급 등에서도 최대 69.2% 수준 증가율을 보이며 선형을 아우르는 운임 급등세가 나타나는 흐름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물동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과 운항 제약으로 올해 운임은 역사적 고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문제는 올해부터 본격화될 예정인 VLCC 중심의 구조적 선복 공급과잉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VLCC의 올해 연간 발주량은 약 4820만재화중량톤(DWT)으로, 역대 고점이었던 지난 2006년 3260만DWT를 47.9% 규모로 상회한다.

유조선 전체 신규 인도 역시 1940만DWT 수준에 그쳤던 지난해와 달리 △2026년 4230만DWT △2027년 4630만DWT △2028년 5300만DWT △2029년 4890만DWT 등 연평균 4000만DWT 이상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전 세계 유조선 선대 규모는 지난해 7억1400만DWT에서 오는 2029년 8억300만DWT까지 12.5%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호르무즈 통항 차질로 원유·석유제품 수출이 급감해 유조선 운임과 시장 변동성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호르무즈 통항과 중동 원유 생산이 회복돼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완화되면서 운임은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대규모 VLCC 발주와 신조선 인도가 본격화되면서 공급 증가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며 “장기적으로는 중동 정세와 무관하게 운임과 선가가 점진적인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美 관세 피해 상쇄했지만…컨테이너선, 내년 운임하락 본격화

컨테이너선도 상황이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당장 올해는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관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물동량이 전년 대비 1.7% 감소, 중동 전쟁 여파로 극동발 중동·인도아대륙 물동량은 같은 기간 2.3%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중국발 수출 호조에 힘입어 아시아-유럽 항로와 아시아 역내 항로의 올해 물동량이 전년 대비 각각 4.6%·3.1% 성장하면서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의 역성장도 일부 상쇄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홍해 우회 수요가 선복을 흡수하고, 원유가격 강세에 따른 ‘긴급 벙커유 할증료’가 부과되면서 4200~44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기준 올해 용선료를 하루당 5만4400달러로 전년 대비 5.3% 밀어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단기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운임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오는 2029년까지 총 1414만TEU 규모 신규 선박이 시장에 투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총 선대 성장 규모는 지난해 3310만TEU에서 오는 2029년 4400TEU로 증가율은 이 기간 32.9%에 이른다.

이러한 결과로, MSI는 4200~4400TEU급 선박 기준 내년 용선료가 지난해 대비 38.6% 감소한 일일 3만3400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대비 2029년 용선료(1만6300달러) 감소율은 64.2%에 이른다.

◇ 건화물선, 케이프사이즈 호조…“2028년 하락사이클 진입”

건화물선(벌크선)은 세 선종 가운데 시황 전망이 그나마 양호하다. 선박 수요가 선대 공급을 당분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올해 건화물선 물동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55억6100만톤(t)으로 전망되지만, 중동 전쟁과 홍해 우회, 저속 운항 등의 영향으로 장거리 수송과 선대 비효율성이 반영되며 실질 선박 수요는 같은 기간 4.5% 증가할 전망이다. 이 기간 선대 공급 증가율은 2.9%에 그칠 것으로 추측됐다.

특히 아프리카 기니산 보크사이트(알루미늄 원석) 수출 증가와 중국의 철광석 수입 확대에 힘입어 대형선인 케이프사이즈를 중심으로 운임 상승 압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보크사이트의 경우 올해 물동량(2억4280만t)이 전년 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철광석 물동량 전망치는 같은 기간 2.2% 오른 16억5930만t이다.

다만 오는 2028년을 전후해 이 같은 건화물선 시황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케이프사이즈 비중이 높은 지난해~올해 대규모 수주 물량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본격 인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신조 발주량 역시 2028년 기준 3320만DWT로 전년 대비 24.7% 감소율을 보이며 둔화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오는 2027년까지는 운임이 비교적 견조하나 다음해부터 신조선 인도가 수요 증가를 앞지르며 시장 하락 사이클에 진입할 하고, 이 시기 신규 선박 인도량 증가와 수주잔고 감소가 맞물리며 신조선가 조정이 시작돼 2029년 들어 사이클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