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트래픽에 따르면 UAE에서 한국 온산항으로 향하는 유조선 그랜드 보난자호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준비하고 있다. 자료=마린트래픽
국제유가가 중동 전쟁 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면서 안쪽에 갇혔던 유조선들이 속속 수요국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상당히 낮아진 재고를 채우기 위한 수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가는 연말까지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5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전일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69.89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7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는 중동 전쟁이 발발한 2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 가격도 전일보다 4.3% 떨어진 배럴당 73.7달러, 두바이유는 전일보다 0.15% 떨어진 80.2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호르무즈 해협이 3분기부터 열리더라도 재고 보충 수요로 인해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6,7월 평균 배럴당 105달러를 기록하고, 4분기 8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EIA 6월 단기에너지전망
국제유가 하락은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국은 종전 합의를 통해 60일간 해협을 해양 서비스요금(통행료) 없이 통항이 가능하도록 했다. 60일 이후부터는 이란과 오만이 공동으로 요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2월 말 전쟁 이후 해협이 봉쇄되면서 해협 안쪽에 갇힌 선박 수는 약 1500척에 달한다. 한국 선박도 26척이 갇혀 있다가 서서히 빠져나와 현재는 18척, 선원 108명이 아직 갇혀 있는 상태다.
선박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현재 UAE에서 원유를 싣고 온산항으로 향하는 파나마 국적의 그랜드 보난자(GRAND BONANZA) 유조선이 해협 탈출을 준비 중이다.
국내 정유사 판매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도매가격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3일 기준 휘발유(옥탄가 95RON) 가격은 배럴당 101.7달러로, 곧 전쟁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유(황함량 0.001%) 가격은 111.3달러로, 마찬가지로 전쟁 이후 처음으로 11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쟁이 지속된 4개월간 글로벌 석유재고가 상당히 소진돼 이를 보충하는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면서 가격이 금방 내려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분기 동안 글로벌 석유재고량이 하루평균 630만배럴씩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우리나라도 민간과 석유공사의 총 비축량 1억9000만배럴 중에 민간 재고분인 9000만배럴 재고가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IA는 3분기부터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더라도 석유생산을 재개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재고보충 수요로 인해 국제유가는 브렌트 현물기준으로 6, 7월에 배럴당 105달러를 기록하고, 올 4분기 평균적으로는 89달러를 기록하며, 2027년 연평균으로는 7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