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박석 서울시의원 "30년 묵은 도봉구 수도관 뚫으니 그제야 정치 맛 난다"…가족 얘기에 눈물도

[인터뷰 ] 박석 서울시의원 "30년 묵은 도봉구 수도관 뚫으니 그제야 정치 맛 난다"…가족 얘기에 눈물도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주민들이 30년 동안 물이 안 나와서 한밤중에 펌프를 돌려야 씻을 수 있었답니다. 구청이고 수도사업소고 다들 '규정상 안 된다'고만 합디다. 내가 공무원들 현장에 끌고 가서 소리쳤어요. '당신들이 여기서 살아봐라, 당장 땅 파라'. 일주일 만에 물 콸콸 쏟아지는데, 그제야 아 이게 정치구나 싶더군요."

지난 6일 도봉구 지역 사무실에서 만난 박석 서울시의원(국민의힘, 도봉3)은 인터뷰 내내 '현장'이라는 단어를 스무 번 넘게 언급했다. 책상 위에는 꼬깃꼬깃해진 의정활동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그는 지난달 설 연휴 기간 동안 3만 2천 부의 보고서를 직접 들고, 지역구인 쌍문2·4동과 방학3동을 돌았다.

박 의원은 "주민들이 보고서를 받자마자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면서도 "하지만 그 냉대조차 현장의 목소리다. 내가 직접 꽂고, 눈을 마주쳐야 우리 동네에 진짜 필요한 게 뭔지 보인다"고 말했다.

◇ "안 되는 게 어딨나"… 공무원과 싸워 뚫어낸 '민생의 혈관'

박 의원의 지난 4년 의정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해결사'다. 특히 그가 언급한 쌍문동 빌라촌의 수도관 교체 사건은 전형적인 '박석 스타일'을 보여준다.

해당 지역은 7개 동 규모의 빌라 단지임에도 지대가 높아 수압이 약했다. 주민들은 30년 가까이 자정 넘은 시간에 모터를 돌려 물을 받아야 했고, 가구당 전기료만 한 달에 2~3만 원씩 더 나오는 실정이었다. 전임 구청장 시절부터 수없이 민원을 넣었지만, 행정당국은 요지부동이었다.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은 박 의원은 즉시 북부수도사업소 관계자들을 호출했다. "원인을 모르면 당장 공사해라. 예산 없으면 내가 시장한테 받아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50mm 관을 100mm로 교체하고도 수압이 해결되지 않자, 원관 교체를 지시했다.

문제는 굴착 허가였다. 도봉구청이 도로 굴착 심의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박 의원은 담당 과장을 불러 "주민이 씻지도 못하고 사는데 심의가 대수냐, 당장 승인해라"고 압박했다. 결국 하루 만에 허가가 떨어졌고, 공사는 일주일 만에 마무리됐다.

박 의원은 "건축이나 설비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면 공무원들의 '안 된다'는 말에 돌아섰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답을 찾고, 규제를 뚫어내는 것이 시의원의 진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13년 묵은 체증 '우이-방학 경전철', 2.7m의 전쟁

도봉구의 숙원 사업인 '우이-방학 경전철' 착공도 그의 뚝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13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이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그는 주택공간위원회 위원으로서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와 교통실을 집요하게 설득했다.

박 의원은 "초선 의원이 뭘 아느냐는 무시도 당했지만, 관련 공무원들과 협업 팀을 꾸려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며 "기공식 날 오세훈 시장 앞에서 그 공무원들에게 구민상을 수여하자고 건의했다. 일한 사람 챙겨주는 게 도리 아니냐"고 웃었다.

건축 규제 완화 부분에서도 그의 전문성이 빛을 발했다. 그는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 층고를 기존 2.3m에서 2.7m로 상향하도록 조례를 손질했다. 택배 차량과 구급차가 지하로 진입하지 못해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서울시 주택실장이 찾아와서 '의원님 때문에 힘들어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하더군요. 층고를 높이면 토목 공사비가 늘어나니까요. 하지만 제가 그랬습니다. '건물은 한 번 지으면 100년 간다. 2년 늦어지더라도 제대로 짓자'. 결국 국토부 승인까지 받아냈습니다."

이 밖에도 그는 아파트 세대 현관 방화문의 내구연한을 15년으로 설정해 의무 교체토록 하는 등 주민 안전과 직결된 제도를 정비하는 데 앞장섰다.

◇ "서울아레나, 껍데기만 짓나… 주변 상권 다 죽을 판"

오는 2027년 개관 예정인 창동 '서울아레나'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2만 8천 석 규모의 공연장이 들어서지만, 정작 관람객들이 먹고 즐길 배후 상권 인프라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중국 등 해외에서 관광객이 몰려올 텐데, 창동역 1번 출구 뒤쪽은 식당이나 카페는커녕 쉴 공간조차 마땅치 않다"며 "공연만 보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도봉구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본예산 심사에서 서울시와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창동역 하부 교각 환경개선 예산 10억 원을 확보했다. 당초 예산과에서 전액 삭감했던 것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결과다. 올 6월이면 어둡고 침침했던 교각 밑이 조명 시설과 버스킹 무대를 갖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박 의원은 "균형발전본부장에게 '지금 준비 안 하면 나중에 언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아레나가 도봉의 경제 심장이 되려면 주변 모세혈관부터 뚫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도봉을 '교육 특구'로… 로봇박물관보다 사람이 먼저"

재선 도전을 앞둔 박 의원의 시선은 이제 '교육'을 향해 있다. 그는 도봉구의 인구 유출, 특히 신혼부부와 학부모들이 떠나는 가장 큰 이유를 열악한 교육·육아 환경에서 찾았다.

그는 "노원구만 해도 과학관, 수학문화관 등 인프라가 넘쳐나는데 도봉은 불모지나 다름없다"며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도 없는 로봇박물관 같은 전시성 행정보다는, 아이들이 갈 수 있는 학원과 체험 시설을 유치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 의회에서 교육위원회 활동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도봉을 '교육 특구'로 지정해 노원구와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젊은 층이 찾아오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그가 추진 중인 '미리내집(신혼부부 임대주택)' 사업에도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서울시가 도봉소방서 뒤편 유휴 부지에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했을 때, 그는 "산부인과 입점이 아니면 절대 불가"를 외쳤다.

"도봉구에 아이 낳을 병원이 없어요. 신혼부부 오라고 집만 지어주면 뭐 합니까. 애 낳으려면 의정부나 상계동으로 가야 하는데. 그래서 제가 조건을 걸었습니다. 1층에 산부인과 안 넣으면 사업 못 한다고. 결국 서울시가 받아들였습니다."

◇ "가족의 반대 딛고 선 제2의 인생… 초심 잃지 않을 것"

인터뷰 말미, 박 의원은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10여 년 전 정계 입문을 결심했을 때 아내의 반대가 극심했다. 하지만 당시 대학생이던 아들이 "아빠 덕분에 우리가 행복했으니, 이제 아빠의 꿈을 응원해 주자"며 어머니를 설득했다.

그는 "가족의 동의 없이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게 내 원칙이었다"며 "어렵게 시작한 제2의 인생인 만큼, 정치꾼이 아닌 진짜 일꾼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초선 같은 3선'으로 불린다는 박석 의원. 4년 전 초심 그대로 3만 장의 의정보고서를 들고 거리를 누비는 그의 발걸음이 도봉의 내일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