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태풍’ 예보 잘하면 돈 번다…정확도 높이는 데 투자해야 [기후 리포트]

‘태풍’ 예보 잘하면 돈 번다…정확도 높이는 데 투자해야 [기후 리포트]

▲지난 4월 북서태평양 괌 부근에서 발달한 태풍 신라쿠의 모습. [사진=미 항공우주국 (NASA)

태풍·허리케인·사이클론 같은 열대저기압(tropical cyclone)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풍이 접근할 때 불필요한 대피와 시설물 보호 조치를 줄이는 동시에, 예보를 놓쳐 발생하는 인명 피해와 자산 손실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예보를 위한 연구개발과 관측망 확충을 비용이 아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 수학·통계학과 연구팀과 미국 해군연구소, 조지아공대 지구대기과학대학 등 연구진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 학술지 ‘자연 재해(Natural Hazards)’에 발표했다.

◇ 태풍 예보의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계산했나

연구팀은 미국 군사기지를 대상으로 태풍 예보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는 비용·손실 모형을 개발했다. 기존 연구가 항공기·군함 등 주요 자산의 피해와 보호 비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인명 피해, 대피 비용, 예보 신뢰도 하락에 따른 추가 비용까지 포함했다.

태풍이 접근하면 군사기지는 위험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비 태세를 높인다. 항공기를 격납고로 옮기고 군함을 결박하는 비교적 간단한 조치부터 항공기와 군함을 위험 지역 밖으로 이동시키는 고비용 조치까지 다양하다. 예보가 부정확하면 태풍이 오지 않는데도 비싼 대비 조치를 취하거나, 반대로 태풍이 닥칠 때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과거 태풍의 이동 경로와 강도, 기지별 인원과 자산 규모, 대비 비용, 피해 추정치 등을 결합해 예보 정확도가 높아질 때 얼마나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추산했다. 예보가 없는 상황에 가까운 기후학적 기준과 실제 예보의 적중률·오경보율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태풍이 발생했을 때의 피해액만 계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태풍에 대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대비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함께 비교해야 예보의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 한국 진해·포항 기지는 1건당 20만달러 절감

연구팀은 2021년과 2022년 서북태평양 태풍 사례를 중심으로 미국 군사기지 7개 실제 사례를 분석하고, 미국 노퍽 해군기지 사례를 비교 대상으로 포함했다.

분석 결과, 태풍 예보의 경제적 가치는 기지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약 2만4000명의 군 관계자 등이 생활하고 군함을 이동시켜야 하는 대규모 기지다. 연구팀은 이곳에서 태풍 예보 한 건당 약 450만~560만달러(약 60억~74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추산했다. 여기에 예보 신뢰도 하락으로 향후 10년간 불필요한 군함 이동이 반복될 수 있다는 비용까지 반영하면 절감액은 약 7340만~7420만달러로 늘어났다.

반면 한국의 진해·포항 기지는 분석 대상 인원이 500명인 소규모 기지로 설정됐다. 이 사례의 태풍 예보 한 건당 경제적 가치는 약 20만달러(약 2억6500만원)로 추산됐다.

다른 기지의 추정 절감액은 괌 740만달러, 일본 사세보 240만~360만달러, 이와쿠니 190만달러였다. 미국 노퍽 해군기지는 인명 피해 예방 효과 등을 포함했을 때 약 4070만달러, 예보 신뢰도 유지에 따른 추가 효과까지 반영하면 약 9940만달러의 절감 효과가 추산됐다.

다만, 이 수치는 실제로 지급되거나 회계상 확정된 수익이 아니다. 연구팀이 각 기지의 인원과 자산, 대비 비용, 피해 가능성 등을 모형에 적용해 산출한 추정치다. 특히 군함 이동 비용과 예보 신뢰도 유지에 따른 편익은 가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 인명 피해 줄이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편익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태풍으로 인한 부상과 대피 비용을 경제적 가치 계산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태풍 피해는 건물이나 장비의 파손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강풍에 날리는 물체, 침수, 낙상, 교통사고, 대피 과정의 사고 등으로 사람이 다칠 수 있다. 그러나 부상은 사망이나 대규모 재산 피해보다 기록이 불완전해 경제적 손실을 추정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부상 비용 자료와 재난 관련 선행 연구를 활용해 태풍으로 발생하는 비치명적 부상 1건의 평균 비용을 약 13만3066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2024년 달러 기준으로, 의료비와 부상에 따른 경제적 손실 등을 반영한 연구상 추정치다.

또한 충분한 대비가 없는 상태에서 태풍을 맞으면 인구의 약 4%가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이를 인구 1000명의 기지에 적용하면 부상자가 평균 40명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연구팀은 이때 예상되는 부상 비용이 대피·대비 비용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상률 4%는 모든 태풍에 적용되는 확정적인 통계가 아니라 제한된 자료와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설정한 모형의 가정이다. 연구팀도 태풍 관련 부상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주요 한계로 지적했다.

◇ 예보를 놓치면 이후 10년간 비용이 늘어날 수도

정확한 태풍 예보의 가치는 당장의 피해를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예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이후 의사결정에서도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논문은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과거 태풍의 강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군함 피해가 발생한 사례를 소개한다. 직접적인 피해액은 약 30만달러 수준이었지만, 예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이후 여러 해 동안 불필요한 군함 이동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추가 비용이 장기간 누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퍽 해군기지 사례에서는 인명 피해 예방과 자산 보호 효과 등을 반영한 절감액이 태풍 사건당 약 4580만달러로 계산됐다. 여기에 예보 신뢰도 유지에 따른 편익 4억달러를 가정해 반영하면 총 절감액은 약 9940만달러로 증가했다.

이처럼 예보의 경제적 가치는 단순히 한 차례의 태풍 피해액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예보를 믿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유지되면 이후의 대비 비용과 자산 운용 비용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정확한 예보를 위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편익

이번 연구 결과를 도시와 산업시설에 적용하면 정책적 의미는 더욱 커진다. 태풍이 접근할 때 항만의 선박을 이동시키거나, 공항 운영을 중단하거나, 산업시설의 가동을 멈추는 결정에는 상당한 비용이 따른다. 예보가 부정확하면 불필요한 운항 취소와 생산 중단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위험을 과소평가하면 시설물 파손과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방법론을 섬 지역과 대도시, 소규모 국가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한국에 적용하려면 국내 태풍의 경로와 강도, 지역별 인구·자산 분포, 대피 비용, 산업별 생산 중단 손실 등을 반영해 별도의 모형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태풍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은 기상 관측과 예측 기술의 발전만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재난 대응 비용을 줄이고, 인명과 자산을 보호하며, 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경제정책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정확한 예보에 필요한 관측 장비와 자료 수집, 수치예보모델 개선, 전문인력 확보에 투자할 때 그 성과를 예보 적중률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예보 개선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와 불필요한 지출을 줄였는지까지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풍 예보를 잘하는 것이 결국 돈을 버는 일이라는 점을 정책과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