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747-438 항공기가 1만1000m 고도에서 비행하면서 비행운을 만들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항공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지속가능항공유(SAF)와 합성항공유(e-fuel) 등 대체연료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연료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환경적 한계를 지키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체연료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와 토지, 담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다른 환경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산업의 탈탄소화 전략을 탄소 배출 감축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자원 이용 등 지구 환경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 항공유 수요(단위: 엑사줄[EJ]). 과거 기간(1940~2022년)과 향후 전망 기간(2023~2050년)을 구분해 표시. 향후 연료 수요는 항공 교통량 증가(연간 3.7%) 및 효율성 향상(연간 1.5%)에 대한 가정을 바탕으로 산출됐음. 2020년 수요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원인이다. (자료=Nature Communications, 2026)
◇ 대체연료 중심 로드맵, 지구 경계 넘을 수 있다
프랑스 툴루즈대학교와 국립항공구조학교와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 등의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항공산업의 탈탄소화 경로를 ‘지구 경계(Planetary Boundaries)’ 관점에서 분석했다. 지구 경계는 인류가 지구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적 한계선을 뜻한다.
연구진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항공수송이슈그룹(ATAG), 유럽연합(EU) 등이 제시한 항공 탈탄소화 로드맵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화석연료를 바이오연료와 합성연료로 대체하는 데 집중한 기존 전략으로는 지구 경계를 벗어나는 것을 막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경계 초과를 판단하는 항목 가운데 기후변화 항목과 생물권 무결성(생태계 건강성 유지) 항목 등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대체연료 생산을 확대할수록 다른 환경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드러났다. 항공 수요를 모두 합성항공유로 충당하는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의 약 25%를 항공연료 생산에 투입해야 하고, 직접공기포집(DAC) 설비도 예상 용량의 약 6배가 필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바이오연료 역시 원료 작물 재배에 막대한 토지가 필요해 자연 생태계와 식량 생산을 압박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대체연료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항공 부문에서 대체연료는 중요한 탈탄소 수단이지만, 생산 과정의 자원 수요와 환경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급량만 늘리면 기후변화 대응이 다른 지구 경계의 침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점은 항공 탈탄소화 정책은 연료의 탄소 배출량뿐 아니라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의 환경 부담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하수 슬러지 활용 등 공급측 기술 혁신 필요
대체연료의 환경 부담을 줄이려면 원료와 생산 공정을 개선하는 공급측 기술 혁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호주 시드니공과대학교(UTS)와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시 하수 슬러지를 지속가능항공유 원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수 슬러지에서 미생물 공정으로 중쇄지방산(MCFA)을 확보하고, 이를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화학 공정으로 항공유에 적합한 탄화수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중쇄지방산은 탄소 원자가 비교적 적은 지방산으로, 일반적으로 탄소 원자 6~12개(C6~C12)를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은 폐기물을 연료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폐식용유나 동물성 지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생산 비용과 에너지 소비량,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검증해야 한다.
스웨덴 샬머스공과대학교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퓨얼(Fuel)’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비생물학적 기원 연료(RFNBO, 바이오매스가 아닌 재생에너지에서 얻은 전기 등을 이용해 생산한 수소와 수소 기반 연료를 뜻) 관련 규정이 바이오매스 가스화 공정의 기술적 이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의 분석에서 가스화 기반 공정은 연료 1 톤당 약 820유로(약 123만 원)의 비용과 46%의 에너지 효율을 보인 반면, 비교 대상 공정은 1 톤당 약 1050~1500유로의 비용과 37%의 효율을 나타냈다. 여기서 말하는 ‘비교 대상 공정’은 바이오매스를 먼저 연소해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한 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와 반응시켜 메탄올을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항공기 운항으로 인한 환경훼손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공 수요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자료=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 항공 수요 감축도 피할 수 없는 과제
항공기 운항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스웨덴 린네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등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효율 기종 도입, 좌석 배치 개선, 탑승률 향상 등을 결합하면 승객 수송량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보다 54.5~76.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공급측 기술 개선만으로 지구 경계의 침범을 막기는 어렵다. 프랑스 툴루즈대 연구진은 항공산업이 지구의 안전한 생태적 공간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기술적 해법과 함께 항공 수요를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에서 제시된 항공 교통량 감축 경로에는 항공 교통량을 연간 약 7.2% 줄이는 경로가 포함됐다. 이는 항공기 한 대의 연료 소비를 7.2% 줄인다는 뜻이 아니라, 항공 교통 활동 자체를 줄이는 수요 측 감축을 의미한다. 대체연료 생산에 필요한 재생에너지와 토지, 물의 수요까지 고려하면 항공 수요를 무한정 늘리는 방식으로는 지구의 환경적 한계 안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연간 7.2%라는 수치는 해당 논문이 설정한 시나리오와 분석 조건에 따른 결과다. 모든 국가와 항공 노선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감축 목표나 국제적으로 합의된 정책 기준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항공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항공권에 탄소 비용을 반영하고, 고속철도 등 대체 교통수단이 충분한 단거리 노선의 항공편을 철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항공기 이용이 많은 탑승자에게 더 큰 부담을 부과하는 누진적 항공세도 대안이다. 다만 지역의 이동권과 저소득층의 부담을 고려한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