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로고(사진=AP/연합)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주목받은 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 주가가 상장 이후 파죽지세로 치솟고 있다. 스페이스X가 3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시가총액이 장중 한때 세계 4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추월했다. 여기에 옵션 거래까지 시작되면서 투자 열기가 고조되자 주가가 앞으로 큰 폭으로 추가 상승하거나 반대로 급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에서 스페이스X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83% 상승한 201.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2조6500억달러로 불어나 아마존(2조6460억달러)을 제치고 세계 시총 5위에 올랐다. 장중에는 MS를 넘어 세계 4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종가 기준 스페이스X 주가는 공모가(135달러) 대비 약 49% 상승한 상태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의 꾸준한 수요를 보여주는 신호이며 사상 최대 규모의 IPO가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전했다.
이처럼 스페이스X 주가가 상장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엔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선 스페이스X는 이날 AI 코딩 애플리케이션 ‘커서(Cursor)’의 모회사인 애니스피어를 600억달러 수준에서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가 품은 xAI의 AI 모델인 ‘그록’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수세도 주가 상승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상장 후 첫 이틀 동안 스페이스X 주식을 지난주 미국 증시 전체에서 매수한 규모에 맞먹는 수준으로 사들였다.
유통 물량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도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시장에서 실제 거래 가능한 주식은 전체의 약 4.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스페이스X가 조만간 나스닥100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패시브 자금 유입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라운드힐 파이낸셜의 데이브 마자 최고경영자(CEO)는 “유통주식 수가 적은 데다 지수 편입까지 가시화되고 있다”며 “유통물량이 5%도 안 되는 상황에서 패시브 펀드들이 강제 매수자로 등장하면 기계적 수요로 주가 변동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스페이스X의 옵션 거래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페이스X 옵션 거래량은 180만 계약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의 첫 옵션 거래가 시작됐던 2012년 당시 기록인 36만5000계약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옵션 분석업체 스팟감마의 브렌트 코추바 창업자는 “초기 옵션 수요는 상승 베팅에 상당히 치우쳐 있었다”며 “이 같은 수요가 장 초반 주가 상승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스페이스X의 콜옵션(주가 상승 베팅) 거래량은 풋옵션(주가 하락 베팅)보다 1.3배 많았다.
▲마이클 버리
다만 시장에서는 내부자 보호예수(락업) 해제가 시작되면 주가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페이스X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보호예수 물량의 최대 20%가 해제될 예정이다. 이후 10월까지 수주 간격으로 약 7%씩 추가 물량이 시장에 풀린다. 최대 주주인 머스크의 지분은 상장 후 1년간 매각이 제한되는 만큼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부담 요인으로 남을 전망이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실제 사업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스페이스X의 지난해 매출은 187억달러로 MS(2817억달러)와 아마존(717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소식지에서 “본질적으로는 작은 우주항공 기업이자 틈새 통신업체, 골치 아픈 소셜미디어 기업이자 ‘코어위브’의 축소판에 불과하다”며 “연 매출이 2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 서스퀘해나는 현재 옵션 가격을 기준으로 볼 때 스페이스X 주가가 오는 9월까지 추가로 50% 상승할 확률은 약 15%, 반대로 50% 하락할 확률은 약 13%로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스페이스X 밸류에이션에 대한 기대감과 거품 우려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고 CNBC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원포인트 BFG 웰스 파트너스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은 기업의 스토리와 주가 흐름, 열광, 일론 머스크 등을 보고 투자하고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업가치가 워낙 높은 만큼 스페이스X는 앞으로 이를 입증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는 최소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