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전·하이닉스 주가 오른건 좋은데”…AI, 금리인상 뇌관 될까 [이슈+]

“삼전·하이닉스 주가 오른건 좋은데”…AI, 금리인상 뇌관 될까 [이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사진=로이터/연합)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 상승장을 이끌었던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물가 상승 압박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곧 취임하는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은 AI 기술 발전이 생산성을 끌어올려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쉽게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기업들의 공격적인 AI 투자 확대가 오히려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심화를 부추길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시장 전문가들은 AI 투자 확대가 중립금리를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이론적 적정 금리로 장기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 등 다양한 요인을 반영해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대표적인 중립금리 지표인 ‘5년 후의 5년물 실질금리(5y5y)’를 근거로 미국 기준금리가 중기적으로 물가상승률보다 약 2%포인트 높아야 중립적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준금리인 연 3.5~3.75%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수준을 밑돌고 있어 통화정책이 여전히 경기를 부양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해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역시 지난달 3.8%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4월 PCE 가격지수는 오는 29일 발표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에 전력이 공급되는 모습(사진=로이터/연합)

◇ “AI가 수년간 인플레 높인다”…칩플레이션도 심화

이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알파벳),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은 올해에만 AI 데이터센터 등에 72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자금 수요가 물가 압력을 자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으로 전자제품 가격 전반이 오르는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주변기기 가격이 전년 대비 14% 상승했다. 블랙록은 AI 메모리 수요 급증 영향으로 D램 가격이 지난 1년간 17배 뛰었다고 분석했다.

칩플레이션 여파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가전업체들뿐 아니라 MS, 메타 등 빅테크들도 일부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상태다.

코메르츠방크의 크리스토프 리거 금리·신용 리서치 총괄은 “AI는 앞으로 수년간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전망”이라고 밝혔다.

AI 투자 확대는 채권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MS, 아마존, 구글 등은 AI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올해 3000억달러가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은 미 장기채 공급이 10% 이상 늘어난 것과 비슷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관련 회사채 발행 증가가 시장 금리 수준 자체를 끌어올렸고 결과적으로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AI 투자 붐이 중동 전쟁발 인플레이션 우려와 맞물리면서 미국 국채금리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연 4.69%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날은 연 4.569%로 다소 하락했지만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4.5%선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전날 장중 한때 연 5.20%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이날에는 연 5.114% 수준으로 다소 하락했다.

▲케인 워시 연준 차기 의장(사진=로이터/연합)

◇ “생산성 향상·비용 절감이 물가 안정”

이 같은 국채금리 급등은 오는 22일 취임 예정인 워시 의장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연준을 향해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비판해왔으며 워시 의장에게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도 공개적으로 드러내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CNBC 인터뷰에서 워시 의장이 취임 직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실망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AI 투자 확대가 인플레이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뱅가드의 사라 드보룩스 글로벌 채권부문 총괄은 현재로서는 공급 충격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향후 생산성 향상과 성장률 개선 효과가 인플레이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예상 범위 상단 부근에 위치해 있다”며 “장기채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존 힐 미 인플레이션 전략 총괄은 “AI가 비용을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최근 유가 급등 속에서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을 일정 부분 안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시 차기 의장이 지난해 11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연준 정책 결정자들이 AI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는 당시 AI가 인플레이션 완화 요인이라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나틱시스의 존 브릭스 미국 금리전략 총괄은 “생산성이 높아지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실질금리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금리 시대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990년대 닷컴 버블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연준은 즉각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 이후 투자와 경기 과열이 심화되자 오히려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한 바 있다.

현재 시장에서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말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연 3.75~4.0%로 한 차례 인상될 가능성을 39.1%, 연 4.0~4.25%로 두 차례 인상될 가능성을 10.7%로 반영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