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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보다 더 위험하다”…AI 거품 경고에 소부장株 ‘초비상’ [머니+]

▲트레이더(사진=EPA/연합)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증시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의 조달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면서 반도체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16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의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낙폭은 약 16%에 달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역시 지난 한 주간 5.5% 하락해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심화하면서 AI 열풍에 힘입어 급등했던 아시아 증시에도 새로운 위험 요인이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AI 산업의 호황을 뒷받침해 온 대규모 투자가 위축되면 반도체뿐 아니라 소부장 업체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TSMC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AI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와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실적 역시 궁극적으로는 AI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소부장 업체들도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개별 AI 인프라 프로젝트의 투자 일정과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불확실성이 더욱 클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피낭시에르 드 레시키에의 케빈 넷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자금조달 압박은 핵심 컴퓨팅 생태계보다 그 하위 단계에서 수혜를 받는 기업들에 더 큰 도전 과제”라며 “기본적으로 실제 반도체에서 멀어질수록 투자 일정이 지연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구성한 아시아 AI 하드웨어 관련주 바스켓은 지난주 11% 급락하며 7월 중순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반도체를 넘어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동안 고공행진을 이어온 소부장 관련주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인쇄회로기판(PCB) 소재 제조업체이자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대만 난야플라스틱은 사상 최고치 대비 12% 하락했다. 같은 지수에서 상승률 2위를 기록한 유니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일주일 만에 14% 급락했다.

국내 소부장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기 역시 이달 고점 대비, 지난 6월 역대 최고가 대비 각각 약 30%, 48% 폭락했다.

GAM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지안 시 코르테시 펀드매니저는 “자금조달 비용은 AI 호황에 작용하는 중력과 같다”며 “차입 비용이 상승하면 인프라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 집행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가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아시아 공급업체들의 실적 전망과 기업가치 평가가 재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니언방케르프리베의 링 베이선 전무이사는 “하이퍼스케일러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다면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아시아 공급업체에 대한 주문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이 현재 매우 예민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반도체 소부장에 극도로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까지 자금조달 압박이 실제 반도체 및 관련 부품 주문 감소로 이어졌다는 뚜렷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일부 전문가들도 AI 관련주에 대한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쿤잘 갈라 글로벌 신흥시장 투자 총괄은 “AI 수요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주 매도세를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라 총괄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TSMC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