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도 가격 올린다…이란 전쟁에 글로벌 인플레 가팔라지나

중국도 가격 올린다…이란 전쟁에 글로벌 인플레 가팔라지나

▲(사진=AFP/연합)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중국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수출용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는 지난 수년간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왔던 흐름과 정반대로, 각국이 더 큰 가격 상승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은 데이터 분석업체 트레이드데이터모니터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12개가 넘는 석유 기반 중국산 제품군의 수출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주사기 가격은 22% 급등하며 유가 상승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품목 중 하나로 꼽혔다. 이 밖에도 위생용 고무 제품(14.43%), 카테터(14.10%), 샴푸(10.73%), 관형 주사바늘(10.64%), 붕대(8.46%) 등도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에 의존하는 수영복, 스키복, 여성용 바지 등의 3월 수출 가격도 2024년 이후 플러스로 전환했다. 가전제품 역시 금속과 반도체 가격 상승 부담이 겹치면서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의료용 카테터 제조업체의 팡 링 영업 관리자는 “3월에는 가능한 한 가격 인상을 미뤘지만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플라스틱 가격이 거의 매일 오르는 것을 보면서 불안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주요 원재료인 폴리염화비닐(PVC) 가격은 3월에 전쟁 이전 수준보다 최대 80% 급등했고, 최근에 유가가 소폭 진정됐음에도 여전히 약 5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팡 관리자는 미국 고객의 신규 주문에 대해 가격을 이미 7% 인상했고, 추가 인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동안 중국의 수출 물가는 과잉 생산과 기업 간 출혈 경쟁 여파로 약 3년간 하락세를 이어왔다. 중국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러한 흐름은 오히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발 디플레이션 영향으로 선진국 물가 상승률이 약 0.3~0.5%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중국 제조업체들이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완충 효과는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했다. 이는 2월(-0.9%)보다 1.4%포인트 높아, 41개월간 이어진 하락세가 종료된 것이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도 파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수출 물가가 2월 -5.1%에서 3월에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중국 수출 물가는 평균 0.5%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올해 유로존과 미국, 영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3%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란 전쟁이 발발 이전까지만 해도 주요국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들의 목표치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다만 중국의 수출 물가 상승분이 아직까지 소비자 물가에 완전히 반영되지는 않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플레이션 상승 폭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달 수출된 제품 상당수는 몇 주 혹은 몇 달 전에 주문된 물량으로 유가 상승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장난감 등 일부 업종에서는 경쟁이 여전히 치열해 지난달에도 가격이 인하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