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로고(사진=로이터/연합)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둘러싼 인공지능(AI) 거품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드는 가운데 약 12조원을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가 SK하이닉스에 투자 의사를 밝혀 관심이 쏠린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야누스 헨더슨에서 83억달러(약 12조5000억원) 규모 ‘글로벌 테크놀로지 리더스 펀드’를 운용하는 리처드 클로드 공동 매니저는 해당 펀드에 SK하이닉스 주식을 편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3년간 36%의 수익률을 기록한 이 펀드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샌디스크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동종 펀드의 96%를 웃도는 성과를 거두었다.
클로드는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장기 공급 계약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이익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발생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이 내년에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고객사들이 상당히 가혹해 보이는 조건에도 계약에 적극적으로 서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매출의 57%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2%, 마이크론은 2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클로드는 “반도체 업체들은 불과 2023년까지만 해도 세대에 한 번 있을 정도의 대규모 손실을 겪었다”며 “당시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줄이고 신규 공장 건설도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결정은 통상 2~3년이 지나야 되돌릴 수 있다”며 “이러한 공급 부족으로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은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로드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AI 산업을 둘러싼 거품 논란이 다시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논란의 핵심 쟁점은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성장세가 구조적 변화인지, 아니면 일시적 호황인지에 있다. 강세론자들은 AI가 반도체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약세론자들은 새로운 성장 내러티브에 시장이 과도하게 열광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현재 반도체 기업들의 낮은 밸류에이션 역시 착시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마이크론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0배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27배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밸류에이션은 현재의 호황이 지속된다는 전제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은 약 7배로 마이크론보다도 낮다.
그럼에도 클로드는 “현재처럼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개별 종목을 가려내는 것보다 단순히 주식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저렴한 밸류에이션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을 보유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막대한 수익 창출 능력을 감안했을 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오를수록 오히려 더 저렴해지고 있다”며 “이런 종목들은 계속 보유하기가 쉽다”고 덧붙였다.
다만 삼성전자보다는 메모리 사업 비중이 높은 순수 반도체 기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는 소비자 가전 사업 부문에서 비용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