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 넘는 패닉셀 왔다”…‘반도체 저승사자’ 또 적중했나 [이슈+]

“IMF 넘는 패닉셀 왔다”…‘반도체 저승사자’ 또 적중했나 [이슈+]

▲28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732.09포인트(10.84%) 내린 6023.66으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투매에 휩싸이며 패닉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코스피의 월간 낙폭은 외환위기(IMF) 당시를 뛰어넘으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 고점 베팅한 개미들 직격탄…레버리지 상품 60% 급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732.09포인트(10.84%) 내린 6023.6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5.48포인트(5.26%) 내린 6400.27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5992.91(-11.29%)까지 밀려 6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후 하락 폭을 일부 만회하며 6000선을 회복한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으로 코스피의 월간 하락률은 28.94%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외환위기(IMF) 충격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했던 1997년 10월(-27.25%)보다도 낙폭이 컸다.

코스피는 AI 투자 열풍의 대표적인 수혜 시장으로 꼽히며 지난해 8월 2600선에서 지난달 9300선까지 1년 만에 세 배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AI 투자 비용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데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 추격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그 결과 코스피는 지난달 기록한 고점 대비 35% 이상 하락하며 기술적 약세장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AI 투자 열풍을 상징했던 한국 증시가 이제는 과도한 투자 열기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됐다”고 보도했다.

▲올 초 이후 코스피 지수 추이.

최근 증시 급락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상당한 손실을 안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5월 말 주가 고점 부근에서 잇따라 출시되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투자에 나섰지만 대부분의 상품은 상장 이후 현재까지 60% 이상 폭락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충격이 반복될 경우 결국 내수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도체 수출 사이클이 유지되더라도 레버리지 투자 손실로 가계 심리와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주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ING그룹의 빈센트 주빈스는 “투자자들이 반도체 비중을 줄이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지금은 일부 차익을 실현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권장했다.

레버리지 셰어즈의 비올레타 토도로바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특정 트레이드에 자금이 지나치게 몰리면 투자자들은 악재를 기다리지 않고 차익을 실현할 명분만 찾는다”고 말했다.

◇ “다음 주인공은 따로 있다”…월가가 찾는 AI 승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사진=로이터/연합)

이런 가운데 월가에서는 AI 수혜 업종이 반도체에서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전략가는 AI를 적극 도입하는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률이 내년까지 약 1%포인트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윌슨 전략가는 “AI를 도입한 기업들의 성장 전망이 갈수록 매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특히 운송과 소프트웨어·서비스, 전문 서비스업처럼 AI 확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여겨졌던 업종들도 오히려 가장 유망한 AI 수혜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구성한 ‘AI 도입 기업’ 바스켓의 올해 수익률은 7%를 기록하며 ‘블룸버그 M7 지수'(-4%)와 ‘UBS 하이퍼스케일러 지수'(-11%)를 웃돌고 있다. 반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달에만 20% 가까이 하락했다.

윌슨 전략가는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AI 활용이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기업 가치로 이어지는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윌슨 전략가는 이달초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하이퍼스케일러는 이제 안정화되고 반도체주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순환매 여파로 반도체주가 신고가 경신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2021년 8월 ‘반도체, 겨울이 온다’ 제목의 보고서로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을 예측하며 ‘반도체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선딥 간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코스피 급락을 두고 “일부 증권사들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2027년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데 있다”며 “이는 우리의 기존 전망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