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손들 AI 메모리株 떠난다”…‘150조 승부수’ 삼성·하이닉스 괜찮을까 [머니+]

“큰손들 AI 메모리株 떠난다”…‘150조 승부수’ 삼성·하이닉스 괜찮을까 [머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사진=로이터/연합)

올해 상반기까지 거침없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글로벌 메모리 관련주들이 좀처럼 상승 동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탄탄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여전히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급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잇따라 발표한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는 전장 대비 0.77% 내린 966.7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마이크론 주가는 올해 들어 240% 가까이 폭등했지만 지난 6월 기록한 고점과 비교하면 약 20% 하락한 상태다. 이번 주에는 0.5% 하락했다.

샌디스크와 웨스턴디지털, 씨게이트 등도 여전히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고점에서 크게 밀려난 뒤 좀처럼 상승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S&P500지수가 7674.37에 마감하며 역대 최고가 수준에 근접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 “스마트머니 떠난다”…메모리株 모멘텀 꺾였나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메모리 관련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퀀트 리서치 업체 머니플로우스의 알렉 영 수석 투자전략가는 “스마트머니(전문투자자·기관투자자 등)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모멘텀 투자자들은 수익을 찾아 다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모더나는 지난 19일 하루에만 역사적인 177% 폭등세를 기록했고, 최근까지 6만달러대에 머물렀던 비트코인도 순식간에 급등하며 8만달러 재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22일 오전 10시22분 기준 비트코인은 7만8152.92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7일간 상승률은 24%에 육박한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와 저장장치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모멘텀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그동안 AI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수요는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 가격을 끌어올렸고, 이는 관련 기업들의 폭발적인 실적 성장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마이크론과 씨게이트는 지난해 주가가 3배 이상 뛰었고 웨스턴디지털 역시 이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5년 2월 상장한 샌디스크는 지난해 말까지 600% 가까이 폭등했다. 올해 상반기가 끝날 무렵에는 이들 4개 종목 모두 연초 대비 3배 이상 오른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달 메모리 관련주를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고, 현재 이들 주가는 6월 고점보다 크게 낮은 수준에 있다.

영 전략가는 “시장의 기대감은 아마 정점을 찍었고 투자자들의 흥분도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메모리 관련주들의 올해 주가 추이(사진=블룸버그)

◇ 펀더멘털 탄탄·저평가 매력에도 메모리株 횡보

주목할 점은 최근 메모리 관련주들의 주가 부진이 기업들의 펀더멘털 악화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는 부분이다.

샌디스크는 최근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장기적인 재무 목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뉴스트리트리서치는 최근 마이크론의 투자 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마이크론의 성장 전망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고려했을 때 2030년 말까지 시가총액이 2조~3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알파벳, 메타플랫폼 등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도 기존 설비투자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버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향후 12개월의 성장률이 매우 높고 마진도 상당히 좋으며 오히려 계속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평가 매력도 여전하다. 마이크론의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6.5배에 불과하고 샌디스크 역시 7.3배 수준이다. 두 회사 모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PER이 가장 낮은 10개 기업에 포함된다.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의 PER은 20배 중반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나스닥100지수 평균인 약 22배와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이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마이크론 주가 하락에 대해 “더욱 매력적인 매수 기회”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레이더(사진=EPA/연합)

◇ 문제는 금리·전쟁…AI 자금조달까지 ‘경고등’

문제는 메모리 기업 자체가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거시경제 환경이 이전보다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기술기업에 미칠 충격을 투자자들이 우려할 정도로 금리가 상승했다고 짚었다. 통상 기술주는 미 국채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높은 밸류에이션 상당 부분은 미래 성장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위험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금리가 상승할수록 이들의 자금조달 비용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AI 인프라 투자 과정에서 기업들이 고객사에 투자하고, 고객사 역시 다시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형태의 순환적인 자금조달 구조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시장 환경이 악화될 경우 이 같은 순환적인 자금 구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 전략가는 “메모리 관련 트레이드는 금리와 전쟁 등 잠재적인 거시경제 문제에 지나치게 취약하다”며 “특히 높은 유가는 금리 급등 가능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거시경제적 부담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라고 강조했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추이(사진=블룸버그)

◇ 삼성·SK도 글로벌 역풍 맞나…’역대급 주주환원’ 승부수

이러한 거시경제적 흐름 속에서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주가 전망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6월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지난달 급락장을 피하지 못했다.

이달 들어 반등을 시도하는 가운데 두 회사가 잇따라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주가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2026년 주주환원 시행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2024~2026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6년 주주환원 잔여 재원은 약 90조~1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최대였던 2020년 20조3000억원 규모 주주환원의 약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또 올해 3분기 정규 분기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나머지 주주환원 재원은 2026년 경영실적이 확정되는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환원 방식과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지난 19일 오는 11월19일까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은 국내 상장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주주환원 규모를 기존 3개년(2025~2027년) ‘누적 FCF의 50% 범위 내’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글로벌 메모리주의 모멘텀 둔화 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주주환원을 통해 주가 상승세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셈이다.

카운터포인트의 톰 강 리서치 디렉터는 “이번 조치는 한국 주식시장 전반에 보다 광범위한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주주 중심의 경영 방식으로 전환하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미국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경영 방식에 훨씬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