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1구역 재개발 현장을 찾아 주택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건축·재개발을 중심으로 한 민간 정비사업이 서울 주택공급 확대의 핵심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공급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5일 경실련이 에너지경제신문에 제공한 ‘2012~2025년 서울시 정비사업 주택 공급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서울시 정비사업을 통해 건립된 주택은 총 31만2493호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철거된 기존 주택이 25만9028호에 달하면서 실제 순공급 물량은 5만3465호에 머물렀다. 연평균 순공급 물량은 3819호 수준으로, 건립 세대수 대비 순공급 비율은 17.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주택 준공 물량은 연평균 6만6399호였지만 정비사업을 통한 순공급 물량은 연평균 3819호로 전체의 5.8% 수준에 그쳤다. 경실련은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효과가 크다는 통념과 달리 실제 증가분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오세훈 시장의 대표 주택정책인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용적률 완화 정책도 정조준했다. 대표 사례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용적률이 87%에서 274%로 3배 이상 높아졌지만 세대수는 5930가구에서 1만2032가구로 2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역시 용적률은 3.2배 상승했지만 세대수 증가폭은 1.4배 수준에 머물렀다는 설명이다.
자산 양극화 문제도 제기됐다. 경실련이 노원구 상계주공8단지와 상계주공9단지, 서초구 녹원한신아파트와 동아아파트를 비교한 결과 재건축 이전에는 가격 차이가 1~2억원 수준이었지만 재건축 이후에는 각각 약 3억원, 22억원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현 경실련 경제정책팀 간사는 “오세훈 시장이 제시한 31만호 착공 공약은 기존 주택 멸실 물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정비사업을 통한 실제 순공급량은 크지 않은 반면 집값 상승과 자산 양극화 심화, 대규모 이주 수요에 따른 전월세 시장 불안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정비사업 개발이익은 개인의 노력보다 용적률 상향과 공공 인프라 확충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불로소득 성격이 강하다”며 “공공이 보다 적극적으로 환수해 주거 안정과 공공성 확보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이 공개한 서울시장 재임 기간별 정비사업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 재임 기간(2021년 4월~2025년 12월) 정비사업을 통해 건립된 주택은 6만6000호였으며, 기존 가구를 제외한 순증 물량은 1만4000호로 집계됐다. 사진=경실련
▲경실련이 공개한 서울시 자치구별 정비사업 면적 통계. 2012~2025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정비구역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서울시 전체 면적(녹지 제외)의 6.1%가 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구(14.7%), 중랑구(12.5%), 은평구(10.0%)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사진=경실련
▲경실련이 공개한 서울시 재건축 전후 인근 아파트 시세 비교 자료. 노원구 상계주공8단지(포레나노원)와 서초구 녹원한신아파트(메이플자이)는 재건축 이후 인근 단지와의 가격 격차가 각각 약 3억원, 22억원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경실련
반면 오 시장은 선거 기간 내내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최근 대림1구역 재개발 현장 유세에서 “서울에는 빈 땅이 없다”며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하겠다”고 밝혔고, 이 가운데 순증 물량은 8만7000호라고 설명했다.
TV토론에서는 공급 실적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전임 시장 시절 대규모 정비구역 해제의 후유증을 복구하는 과정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오 시장은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 380곳이 넘는 정비구역이 해제되면서 공급 기반이 약화됐고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 있었다는 취지로 맞섰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 “박 전 시장의 정비구역 해제가 서울 주택공급 부족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경실련이 제시한 연평균 순공급 3819호와 오 시장이 제시한 순증 8만7000호는 산정 기준 자체가 다르다. 경실련 수치는 2012~2025년 관리처분인가 사업을 기준으로 한 과거 실적 분석인 반면, 오 시장의 수치는 2031년까지 추진할 정비사업의 순증 효과를 추산한 미래 계획치다. 또한 오 시장은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을 포함한 향후 사업 후보지의 공급 잠재력까지 반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급 효과를 평가할 때 순공급 물량뿐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병목 요인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정부는 2026년 1·29 대책을 통해 용산정비창 1만호, 태릉CC 6800호, 과천 경마장 일대 9800호 등 대규모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민 반발과 문화재 규제, 기반시설 확보 문제 등에 부딪히며 상당수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택 공급의 70~80%는 정비사업에서 나오는데 이주비 대출이 막혀 주민들이 이사를 못 가고, 공사비는 몇 년 새 30% 이상 뛰면서 사업장마다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도로는 넓혀 놓고 중간에 병목을 만들어 놓은 것과 같다. 공급 확대 의지가 있다면 인허가보다 먼저 사업을 가로막는 병목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으로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신규 택지를 찾기 어려워 재건축·재개발이 사실상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정작 사업 현장에서는 이주비 대출 규제 때문에 이사를 못 가고, 공사비 급등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가 충돌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공급 확대를 말하면서도 사업을 실제로 움직이는 금융과 공사비 문제를 풀지 못하면 공급 목표는 숫자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