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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승리’에 재건축·재개발 기대감↑… 서울 집값 향방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서울시청으로 출근,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기대감에 휩싸이고 있다. 서울시장 사상 첫 5선 기록을 세운 오 시장이 향후 4년간 시정을 이끌게 되면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한강변 정비사업 등 이른바 ‘오세훈표 공급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정비사업 인허가 체계가 유지되면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한남 등 주요 사업지의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2031년까지 31만가구 공급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핵심전략정비구역 지정과 쾌속통합 제도 도입, 신속통합기획 고도화 등을 통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통AI기획’ 등을 통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인허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특히 한강변 정비사업이 최대 수혜지로 거론된다. 오 시장은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약 19만8000가구를 한강변 지역에 집중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도 송파·용산·동작·영등포·강동·양천 등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은 신규 택지 확보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어서 결국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오 시장 재선으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전략정비구역 등 기존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주요 정비사업 지역뿐 아니라 한강벨트와 강남권에서 높은 지지가 나타난 것도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이주비 대출 지원 등 사업 추진 과정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려는 정책 역시 정비사업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곳곳에 아파트가 빼곡하다. 연합뉴스

다만 정비사업 속도전이 곧바로 공급 확대나 집값 안정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부담, 조합원 분담금 증가 등이 사업 추진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더라도 사업성이 부족한 지역은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 곳곳에서는 공사비 증액 협상과 조합 내 갈등으로 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무조건적인 속도전보다 주민 정착과 절차적 투명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파구 삼전동 모아타운 대상지의 한 토지등소유자는 “재개발·재건축은 공급 확대도 중요하지만 기존 주민들의 정착과 생활 기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원주민 정착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 속도만 강조할 경우 기존 주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신월7동 재개발구역의 한 토지등소유자도 “정비사업에서 속도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합리성과 투명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결국 신속한 추진도 어려워진다”며 “행정 절차가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주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강벨트 속도전 예고…세제·금리 변수는 여전

시민단체에서는 정비사업 중심 공급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경실련 경제정책팀 이주현 간사는 “오 시장은 정비사업을 통해 31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실련 조사 결과 지난 14년간 정비사업을 통한 순공급량은 5만가구 정도에 불과했다”며 “연평균으로 보면 4000호 수준에 그쳐 정비사업 중심 공급 대책의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건축이 이뤄진 단지와 그렇지 못한 구축 단지 간 가격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며 “정비사업 속도전과 함께 개발이익 환수 장치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오세훈표 공급 정책보다 이재명 정부의 세제·금융정책에 쏠리고 있다.

실제 서울 시민들 사이에서도 “집값 안정은 서울시장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재건축·재개발은 결국 대출 규제와 세제 정책이 좌우한다”, “서울시가 공급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중앙정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주비 대출과 사업비 조달이 필수적인 만큼 금융 규제 완화 여부가 핵심 변수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세훈 시장 당선으로 정비사업 정책의 연속성은 확보됐지만 서울 집값의 향방은 결국 정부의 세제·공급정책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이 과도하게 추진될 경우 시장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된 것은 시장 안정이라기보다 지방선거 이후 정부 대책을 기다리는 관망세에 가깝다”며 “전세·월세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은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세무 전문가들도 세제 개편의 파급력을 주목하고 있다.

한 세무사는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 부담이 커지면 거래비용 증가로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며 “거래 위축은 공급 확대 정책과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거주 1주택자나 임대 목적 보유 주택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확대될 경우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돼 전세금이나 월세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미화 전주대학교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오세훈 시장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시장이 충분히 알고 있는 정책인 만큼 새로운 기대감보다는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확인됐다는 의미가 크다”며 “정비구역 지정 자체보다 실제 준공 물량이 얼마나 시장에 공급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는 서울의 부동산 민심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부동산 정책은 결국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큰 만큼 오 시장도 정부와 협력 속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 5선 임기는 새로운 정책을 시작하기보다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을 완성하고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며 “서울시의회와 중앙정부, 정치권과의 협의와 조율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오세훈 시장의 5선 성공은 서울 정비사업 시장에 강력한 정책 연속성 신호를 보냈다. 다만 향후 서울 집값과 전월세 시장의 흐름은 서울시의 공급 정책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공급 확대 기대와 현실적 한계,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세제·금리 정책이 맞물리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