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기차도 안 되고 버스도 없어요”…서소문 사고 이틀째, 서울역·고터 덮친 ‘2차 이동난’

[현장] “기차도 안 되고 버스도 없어요”…서소문 사고 이틀째, 서울역·고터 덮친 ‘2차 이동난’

서울역선 열차 지연에 승차홈도 못 내려가…승객들 전광판 앞 대기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세종행 전석 매진…“현장 발권도 안 돼” 발길 돌려

부산 오가던 60대 승객 “상·하행 모두 취소…대체 안내 없이 버스 탔다”

▲28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승객들 다수가 출발 안내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여파로 일부 KTX와 일반열차 운행이 중지·지연되면서 이날 승객들이 승차 플랫폼 안내를 기다리는 모습이 반복됐다. 사진=장혜원 기자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여파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시민 불편이 서울역을 넘어 고속버스터미널로 번지고 있다. 일부 KTX와 일반열차 운행이 중지·조정되면서 서울역 승객들은 대체 교통편을 찾아 나섰지만, 고속버스 좌석마저 빠르게 소진되면서 또 한 번 발이 묶였다. 철도 사고로 시작된 교통 차질이 버스터미널의 ‘2차 이동난’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28일 오후 에너지경제신문이 찾은 서울역 대합실에서는 출발 시간이 임박했는데도 승차 플랫폼 번호가 뜨지 않아 전광판 앞을 떠나지 못하는 승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부산행 열차를 기다리던 한 승객은 “18시 13분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인데 아직 출입구가 뜨지 않았다”며 “앞 열차가 지연되면 승객을 내리고 청소까지 해야 해서 바로 출발하지 못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역 현장에서는 열차 지연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는 불만도 나왔다. 다른 승객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때문에 열차가 못 오니까 역마다 지연되는 것 같다”며 “부산에서 올라올 때도 20분 정도 늦었고, 지금도 20분가량 지연된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열차가 도착하지 않으니 개찰구가 뜨지 않고, 승차장으로 내려가지도 못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28일 오후 서울경부고속버스터미널 승차권 발매기 화면에 세종터미널행 버스가 대부분 매진으로 표시돼 있다.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여파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지연되면서 대체 교통편을 찾는 시민들이 고속버스터미널로 몰렸다. 사진=장혜원 기자

문제는 대체 교통편도 넉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날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영동선 매표창구와 무인발권기 주변에는 열차 대신 버스를 타려는 승객들이 몰렸다.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고속버스 예매 화면을 확인하며 부산·세종 등 지방행 잔여석을 찾았지만, 원하는 시간대 표를 구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특히 평소 현장 발권이 가능했던 세종행 버스표까지 전석 매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터미널 현장의 한 안내 봉사자는 “오늘 세종 가시는 분들이 많이 당황하셨다”며 “원래는 와서 현장에서도 구매가 가능한데 오늘은 다 매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은 크게 그런 게 없는데 세종은 평소와 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세종시로 가기 위해 현장 발권을 기대하고 터미널을 찾은 한 30대 시민은 “평일 오후라 당연히 표가 있을 줄 알고 왔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 매우 당황스럽다”며 “일단 취소표가 나오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터미널 창구에서 “표가 없다”는 안내를 받은 뒤 휴대전화 예매 화면을 다시 확인하며 다른 시간대 버스와 대체 교통수단을 알아봤다.

부산행 수요도 몰렸다. 터미널 대기실에서 만난 한 50대 승객은 “휴대전화로 부산행 기차표를 예약하려고 했는데 매진이라고 떴다”며 “평소에는 버스표가 넉넉했는데 오늘은 버스도 표가 많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차표도 없고 버스표도 없어 부랴 부랴 표를 구한 후 지금 1시간 이상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가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려던 60대 승객은 상·하행 열차가 모두 차질을 빚으면서 일정을 통째로 바꿔야 했다. 그는 “일주일 전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와 다시 내려가는 차를 미리 예매했는데, 사고 때문에 철도 운행을 못 한다며 취소 안내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27일) 부랴부랴 며느리가 버스표를 잡아줘서 이거라도 타고 올라왔다”며 “내려가는 것도 어떻게 될지 몰라 결국 버스를 타러 왔다”고 설명했다.

이 승객은 대체 교통수단 안내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에 의한 철거로 통행을 못 하니까 취소됐다는 말만 들었다”며 “다른 대체수단을 안내해준 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KTX를 타면 부산까지 2시간이면 가는데 버스는 4시간이 걸린다”며 “사고가 났다니 어쩔 수는 없지만 피곤하고 시간이 많이 든다”고 했다.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여파로 코레일 부산∼서울 왕복 승차권이 취소된 승객이 28일 서울경부고속버스터미널에서 대체 교통편을 이용하기 위해 대기했다. 해당 승객은 지난 22일 예매한 열차표가 운행중지로 인해 당일 취소되자 고속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터미널을 찾았다고 밝혔다. 사진=장혜원 기자

서울역과 터미널을 오가는 시민들의 불편은 단순히 이동 시간이 길어진 데 그치지 않았다. 열차 취소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승객들은 기차표를 유지할지, 취소하고 버스로 갈아탈지 직접 판단해야 했다. 한 고령 승객은 “기다렸는데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더라”며 “나중에 그것까지 취소되면 가지도 못할 것 같아 그냥 취소하고 버스를 타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언제 정상화되느냐’는 질문이 반복됐다. 서울역 승객들은 전광판 앞에서 지연 정보를 확인했고, 고속버스터미널 승객들은 취소표와 심야편, 다른 시간대 버스표를 번갈아 조회했다. 열차 운행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은 서울역에서 한 번, 터미널에서 또 한 번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번 혼란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가 단순한 공사장 사고에 그치지 않고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이동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고 현장 인근 철도 운행 차질이 서울역 혼잡으로 이어졌고, 서울역에서 밀려난 수요는 다시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옮겨붙었다. 시민들은 열차 취소와 지연, 버스 매진, 추가 이동 시간과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경부고속버스터미널 매표·환불 창구와 승차권 발매기 앞에 대체 교통편을 찾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여파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지연되면서 고속버스를 이용하려는 승객들이 몰렸다. 사진=장혜원 기자

코레일도 사고 이후 열차 운행 차질을 줄이기 위한 조정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역∼신촌역 사이 전차선 단전으로 KTX 서울∼행신 구간과 전동열차 서울∼수색 구간 운행이 중지되자, 코레일은 첫차부터 일부 열차의 출발·도착역과 운행 구간을 조정했다. 경부·호남선 KTX는 서울∼부산, 용산∼목포·여수엑스포 등으로 운행 구간을 재편했고, 강릉·중앙선 KTX는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운행하도록 했다. 일부 KTX는 평소 정차하지 않던 역에도 임시 정차하도록 해 승객 분산을 유도했다.

일반열차도 일부 구간에서 시·종착역이 조정됐다. 사고 여파로 서울역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수색차량사업소를 오가는 길이 막히면서 차량 투입과 회송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운행이 중지되거나 20분 이상 지연된 열차는 환불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실제로 이용한 열차가 20분 이상 지연된 경우에는 지연 시간에 따라 배상금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카드로 결제한 운행 조정 승차권은 자동 환불 처리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레일은 현장 복구 상황에 따라 열차 운행 계획이 수시로 바뀔 수 있는 만큼 승객들의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잔여 구조물 철거와 전차선 복구, 전력공급 점검 등이 끝나기 전까지는 정상 운행 여부를 확정하기 어렵다”며 “열차 이용 전 코레일톡과 홈페이지, 철도고객센터를 통해 운행 여부와 출발 시각을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현장은 서소문이었지만, 불편은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번졌다.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전광판 앞에 멈춰 섰고, 버스로 갈아타려던 시민들은 매진 안내 앞에서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복구가 늦어질수록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두 번째 대기’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