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힘 빼기’ 충돌 후 국토장관 교체…서울 주택공급 협상 ‘홍지선’ 손으로

‘오세훈 힘 빼기’ 충돌 후 국토장관 교체…서울 주택공급 협상 ‘홍지선’ 손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국토교통부

정부와 서울시의 주택공급 갈등이 정치적 공방으로 번진 상황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가 결정됐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두 차례 회동에도 용산공원 활용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탄천물재생센터와 훼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정비사업 용적률 완화 등 협상 과제는 홍지선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게 넘어갈 전망이다.

31일 국토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 장관과 오 시장이 추진하던 세 번째 주택공급 회동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일과 26일 만나 서울지역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했지만 핵심 쟁점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홍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 절차가 끝날 때까지 김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만큼 추가 회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김 장관과 오 시장이 일부 사안에 합의하더라도 이를 구체적인 공급사업으로 설계하고 집행하는 역할은 홍 후보자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홍 후보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출근길에서 “신속한 주택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서울시와의 협의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서울시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발표한 공급계획을 신속하게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용산 대신 탄천 제안…“실효성 없다” 공방

국토부와 서울시 협상의 최대 쟁점은 용산공원이다. 국토부는 공원 내 기존 건축물이 있거나 훼손된 일부 부지 등을 활용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용산공원 본체를 주거용지로 활용하면 미래세대의 녹지자산과 국가공원의 정체성이 훼손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미군기지 반환과 토양오염 정화, 교통대책 마련 등에 장기간이 필요해 신속한 공급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대안으로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와 주변 부지를 연계하는 복합개발안을 제시했다. 약 39만3000㎡ 규모의 물재생센터를 이전한 뒤 동부도로사업소와 세텍(SETEC) 일대를 함께 개발하면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관련 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탄천물재생센터 역시 시설 이전을 위한 대체부지와 비용, 사업 기간을 확정해야 한다. 국토부는 공급 규모뿐 아니라 시설 이전과 기반시설 조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실제 주택 공급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양측의 정책 이견은 공개적인 정치 공방으로 번졌다. 오 시장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동산 정책의 목적이 오세훈 힘 빼기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탄천물재생센터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던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로 돌아섰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탄천물재생센터도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미 이전을 위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뜻을 모으면 용산공원보다 실현 가능성과 속도, 입지 조건에서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용산공원은 가능하고 이미 이전 검토가 진행 중인 탄천물재생센터는 실효성이 없어 안 된다는 논리가 앞뒤가 맞느냐”며 “차라리 ‘오세훈이 내놓은 대안이라 안 된다’고 하는 편이 더 납득이 가겠다”고 반발했다.

서울시가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철회를 전제로 보전가치가 낮은 훼손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협상 대상은 더욱 늘어났다. 용산공원과 탄천물재생센터, 훼손 그린벨트 가운데 어떤 부지를 실제 공급계획에 반영할지와 공급 물량·주택 유형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후속 협상의 핵심이다.

용적률 1.2배 놓고도 엇박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도 풀어야 할 쟁점이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착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재개발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면 순증 물량도 기존 8만7000가구에서 약 13만가구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서울시 주장대로라면 별도의 신규 부지를 확보하지 않고도 4만3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 일반분양 물량 증가로 조합의 사업성이 개선되고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낮아지면 사업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은 “새로운 땅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미래세대의 녹지를 훼손하지 않아도 된다”며 정비사업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서울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용적률 완화안에 대한 정부와 서울시의 설명은 엇갈렸다. 지난 26일 2차 회동 직후 서울시가 국토부의 전향적인 검토 방침을 공개하자 국토부는 곧바로 “검토 방향과 내용 등이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의 구역 지정 권한을 서울시에서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을 놓고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주요 인허가 권한이 이미 상당 부분 자치구에 있는 상황에서 구역 지정 권한까지 이양하면 공급 속도를 높이기보다 난개발을 부추기고 서울의 도시계획 체계를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를 패싱하고 서울시장의 권한을 약화시키겠다는 정치적 목적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며 정부에 공급 부지와 대출·세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홍 후보자는 용산공원 공급이나 용적률 1.2배 완화, 정비사업 권한 이양에 관한 구체적인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서울시와 충분히 사전 협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치적 공방으로 번진 갈등을 다시 정책 협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신규택지 7만3000가구 발표도 임박

서울시와의 협상과 별도로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발표도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8·13 대책에서 신규 공공택지 10만가구 이상을 포함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23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입지가 공개된 2만7000가구를 제외한 7만3000가구는 이르면 9월 말, 늦어도 10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는 후보지역 지방자치단체들과 상당 부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후보자가 청문 절차를 거쳐 취임하면 신규택지 발표와 주민 반발 관리, 광역교통대책 수립을 함께 챙겨야 한다. 정부가 공급 성과를 인허가가 아닌 착공 기준으로 관리하기로 한 만큼 후보지 발표 이후 보상과 지구계획, 인허가 절차를 얼마나 단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8만9000가구의 착공을 1∼2년 앞당기는 작업도 남아 있다. 정부는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토지 보상과 관계기관 협의, 기반시설 설치 등 사업 단계마다 지연 가능성이 남아 있다. 남양주 왕숙을 비롯한 3기 신도시의 주택 착공과 철도·도로 등 광역교통망 구축 시차를 줄이는 것도 홍 후보자가 풀어야 할 과제다.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비용 부담으로 위축된 민간 공급을 회복하고 지방 미분양을 관리하는 일도 기다리고 있다. 수도권 공급 목표를 공공 부문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정비사업의 사업성과 인허가 체계를 개선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결국 홍 후보자의 첫 시험대는 새 공급대책을 추가하는 것보다 전임 장관이 마무리하지 못한 협상을 인계받고 이미 발표한 공급계획을 실제 착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는 평가다. 서울시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용산·탄천·그린벨트·정비사업 가운데 실행 가능한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홍 후보자의 정책 실행력을 가늠할 첫 잣대가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