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재건축 기준 바꿨다’… 개포주공3단지 장영수 조합장의 성공 조건

[인터뷰] ‘재건축 기준 바꿨다’… 개포주공3단지 장영수 조합장의 성공 조건

▲장영수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조합장이자 현 대표 청산인. 장 조합장은 “재건축의 성패는 조합장의 전문성과 원칙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그냥 새 아파트를 짓는 데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건축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아파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기존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 해 2019년에 개발 사업을 완료했다. 이제 입주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여전히 국내 대표 하이엔드 아파트로 꼽히는 단지다. 이 사업을 이끈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장영수 조합장이자 현 대표 청산인은 성공적인 재건축의 핵심으로 원칙과 전문성, 디테일을 꼽았다.

최근 디에이치 아너힐즈에서 만난 장 조합장은 재건축 사업의 성패는 결국 조합장의 기획력과 판단력에서 갈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합장이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시공사나 설계사에 알아서 해달라고 맡겨서는 좋은 단지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원하는 단지의 수준과 방향을 먼저 정하고 이를 계약과 설계, 시공 과정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속도·디테일·원칙’으로 만든 하이엔드 재건축

장 조합장은 대우엔지니어링에서 32년 반 동안 근무했고 이 가운데 14년은 임원으로 재직했다. 이후 자동차 부품회사 부사장을 거쳐 2012년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을 맡았다. 건국대 부동산학 석사와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 박사과정을 거친 그는 건설 실무와 부동산 이론을 두루 갖춘 전문가다. 개포주공3단지는 2012년 조합 설립 이후 6년 7개월 만인 2019년 8월 입주를 마쳤다. 조합 설립부터 입주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속도다.

장 조합장은 빠른 사업 추진의 비결로 정확한 사업 시기 판단을 꼽았다. 그는 “정비계획 고시와 정비구역 지정이 끝난 뒤에는 행정적으로 되돌릴 단계가 아니다”라며 “그때부터는 브레이크를 밟을 이유가 없고 엑셀만 밟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관 절차가 끝난 이후에는 내부 갈등이나 의사결정 지연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사업 초기 분위기는 녹록지 않았다. 당시 개포주공3단지는 11평, 13평, 15평의 소형 평형 위주 단지였고 부동산 시장도 침체기였다. 조합원 상당수는 분담금 부담을 이유로 20~30평대 위주의 실속형 재건축을 원했다. 골프연습장과 수영장, 스카이라운지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에는 “왜 그런 시설이 필요하냐”는 반대도 적지 않았다.

▲디에이치 아너힐즈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과 휴게공간. 놀이터와 피트니스센터, 실내체육관, 당구장, 골프연습장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돼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하지만 장 조합장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재건축은 지금의 시장 분위기가 아니라 준공 이후 10년, 20년 뒤 경쟁력까지 보고 결정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그냥 새 아파트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주택의 기준을 바꾸는 단지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입지라면 강남에서 가장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이 있었기에 조합원들을 설득하며 사업을 밀고 나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철학은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탄생으로도 이어졌다. 장 조합장은 “당시 현대건설에는 힐스테이트만 있었지만 이 단지에는 기존 브랜드를 붙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현대건설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새로 만들 것을 요구했고 그것이 디에이치의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브랜드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시멘트와 철근, 자갈 같은 기본 자재를 제외하면 기존 힐스테이트에서 사용했던 디자인과 자재는 하나도 쓰지 못하게 했다”며 “가로등과 놀이터, 커뮤니티 시설까지 이 단지만을 위한 별도 설계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장 조합장은 좋은 아파트는 결국 디테일에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엘리베이터 속도와 내부 에어컨, 커뮤니티 시설의 천장 높이, 음향 설계와 흡음재 적용까지 계약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계약서에 엘리베이터 속도를 분당 210m로 적은 것은 당시 처음이었다“며 “회의실이나 카페에서 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흡음재까지 하나하나 챙겼다“고 말했다.

“성공의 98%는 조합장 역량…전문성과 도덕성 필요”

이러한 노력으로 완성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이후 강남권 하이엔드 아파트들의 벤치마크 대상이 됐다. 장 조합장은 “커뮤니티 시설은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어디에 배치하고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까지 설계해야 한다”며 “단지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조합장이자 현 대표 청산인이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클럽 컬리넌(CLUB CULLINAN)’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장 조합장은 재건축 성공의 핵심 역시 조합장의 역량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재건축 성공 여부의 96~98%는 조합장에게 달려 있다”며 “시공사와 설계사, 행정기관, 조합원 등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사업 절차와 다음 단계, 예상되는 문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끝까지 사업 전체를 읽지 못하면 중간중간 사업이 멈출 수밖에 없다”며 “추진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전문성과 도덕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건축은 모든 조합원을 만족시키는 사업이 아닌 만큼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리는 것도 조합장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준공 이후 단지 자체와 관련한 소송이 단 한 건도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장 조합장은 “다른 단지들은 준공 이후에도 여러 건의 소송을 안고 가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준공 시점부터 지금까지 단지 관련 소송이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비법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원칙대로 하고 문제가 될 부분을 미리 챙긴 결과”라며 “조합원들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뢰를 갖게 되면 갈등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조합장이자 현 대표 청산인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다만 조합 청산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장 조합장에 따르면 개포지구 5개 단지는 2013년 서울시교육청과 학교 건립 협약을 맺고 전체 사업비 약 1200억원 가운데 조합들이 약 900억원, 서울시교육청이 약 3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개포주공3단지는 약100억원을 분담했지만 다른 단지의 입주와 학교 준공, 관련 정산 절차가 늦어지면서 청산도 함께 미뤄지고 있다. 그는 “우리는 할 일이 거의 남지 않았고 빨리 해산하고 싶지만 학교 정산이 끝나야 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대표 청산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장 조합장은 현재도 여러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장 제의를 받고 있지만 모두 고사했다고 했다. 그는 “교육청에서도 ‘세상에 조합장들이 더 오래 하게 해달라는 민원은 많아도 빨리 끝내달라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어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것은 감사하지만 조합장은 인생에서 한 번이면 충분하다”며 “재건축은 조합원 재산뿐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일인 만큼 앞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내 경험을 참고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