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서울에만 6만7000호 멈췄다…착공 지연 10만호 중 86%는 민간사업

[단독] 서울에만 6만7000호 멈췄다…착공 지연 10만호 중 86%는 민간사업

▲서울 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현장 전경. 정부는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1년 이상 착공이 지연된 주택 물량이 약 10만호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사업장 애로 해소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사진=장혜원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범정부 주택공급 현장 애로해소 지원센터’를 출범시킨 가운데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1년 이상 착공이 지연된 주택 물량이 약 10만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6%가 민간사업으로 파악되면서 공급 확대의 핵심 과제가 민간 사업장의 착공 정상화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에너지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1년 이상 착공이 지연된 주택은 약 10만호 규모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6만7000호로 가장 많고 경기 규제지역이 3만3000호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9만4000호, 비아파트는 6000호대 수준으로 파악됐다. 사업 주체별로는 민간사업이 8만6000호, 공공사업이 1만4000호 수준이었다. 전체 지연 물량의 대부분이 민간사업에 집중된 셈이다.

국토부는 이날부터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범정부 주택공급 현장 애로해소 지원센터를 가동하고 착공 지연 사업장의 애로사항 해소에 나섰다.

다만 정부도 아직 10만호의 정확한 지연 원인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10만호는 인허가 이후 일정 기간 착공하지 않은 물량을 시스템상으로 추출한 수치”라며 “개별 사업장 10만 세대를 전수조사해 원인을 분류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총 32만3000호 규모다. 이 가운데 약 10만호가 평균보다 늦게 착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는 협회 등을 통한 사전 파악 결과 자금조달 문제와 인허가 협의, 사업성 악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PF 대출이나 브리지론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이주비와 중도금 조달 문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자체와의 인허가 협의, 기부채납 조건 조정 등 행정 절차가 장기화되는 경우도 있으며, 공사비 상승과 비아파트 수요 위축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져 착공을 미루는 사업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도권 규제지역 착공 지연 주택 현황.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년 이상 착공이 지연된 주택은 약 10만호 규모로, 이 가운데 서울이 6만7000호, 경기 규제지역이 3만3000호를 차지한다. 민간사업 물량은 8만6000호로 전체의 86% 수준이다. 자료=국토교통부·에너지경제신문 정리. 이미지=AI생성

정부는 사업장별 애로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부터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디벨로퍼협회 등을 통해 현장 애로 접수를 시작했다. 지원센터는 수도권 규제지역 내 인허가 후 미착공 사업장과 신규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 기획·인허가·착공·준공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인허가, 자금조달 등 각종 애로를 접수받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지원센터의 우선 관리 대상 사업장이나 지역별 중점 지원 대상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실제 지원 대상은 협회 등을 통한 현장 신고를 접수한 뒤 선정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향후 2~3주간 신청을 받은 뒤 1차 분류 작업을 거쳐 지원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올해 몇 호를 추가 착공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부분이 민간사업인 만큼 정부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시행자의 사업 추진 의지가 낮은 경우는 정부 지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청이 들어오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어떤 애로든 우선 살펴보고 지원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면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PF 막히고 공사비 뛰고…“기존 사업장 정상화가 우선”

전문가들은 신규 택지 공급 확대 못지않게 이미 인허가를 마친 사업장의 착공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부가 조기 착공을 통해 공급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고 수도권 전셋값 불안과 집값 상승 압력을 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택지 공급을 앞당겨 무주택자들이 보다 빠르게 분양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현재 착공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PF와 공사비 문제를 꼽았다.

그는 “중동 지역 불안에 따른 유가 변동성과 환율 불안이 지속되면서 건설 자재 가격과 공사비 부담이 커졌다”며 “PF 조달 여건 역시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서울에만 6만7000호의 착공 지연 물량이 집중된 것과 관련해 “민간 사업장의 경우 PF와 공사비 부담으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공급자 금융지원과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병행돼야 착공 정상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착공이 지연된 사업장들은 이미 인허가를 받은 상태인 만큼 토지 확보와 각종 행정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사업들”이라며 “자금조달 문제만 해소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분양과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규제지역은 신규 택지를 통한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재건축·재개발 등 기존 사업장의 정상화가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공급 확대 수단”이라며 “인허가를 받은 사업장의 착공을 앞당기는 것이 공급 효과를 가장 빨리 체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PF 시장 경색으로 브리지론에서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금융권 대출 심사도 강화된 상황”이라며 “정부가 현장 애로를 실제 사례 중심으로 파악해 금융당국과 협의한다면 공급 지연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